목판 위에 되살아난 천년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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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 위에 되살아난 천년의 미소
  • 관리자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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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 목판화가 목경 정비파

실낱 같은 가을비가 내리더니 성큼 겨울이 문 앞에 와 있었다. 더디 온다 싶었는데 어느덧 겨울바람에 커다란 포플러잎마저 뚝뚝 떨어지고 앙상한 겨울가지만을 드러낸 채 서있다. 오늘은 그 동안 소중하게 가슴에 묻어두었던 사람을 만나는 날이다. 목경(木耕) 정비파 선생.

지난 봄 부처님 오신날 조계사 길 건너 인사동 입구에 자리한 공평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정비파 목판화 초대전’은 우리 불자들에게는 환희심과 놀라운 탄성, 그리고 절로 신심이 나게 하는 좋은 전시회였다.

널찍한 전시실에는 석굴암의 불보살님들이 도열해 계셨다. 본존불과 인왕상, 금강역사상, 팔부중상, 십대제자, 감실 부처님…. 석굴암의 불보살님들과 부분도를 포함 45본의 목판화로 새겨진 불보살님들은 하얀 화선지 위에 먹색으로 그 모습을 나투신 채 빛을 발하고 계셨다.

60호에서 100호 크기, 그러니까 보통 사람크기만한 존상들은 석굴암에 조각된 화강암의 질감과 무게, 그리고 세월의 흔적까지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선 사람들은 자연스레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그 크기도 크기려니와 마치 실물 그대로를 약간 축소해서 탁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아무래도 작품 전시회의 백미는 본존불이었다. 석굴암 본존불이 주는 무게와 표정과 미소를 단칼에 목판 위에 새긴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석굴암 부처님이 주는 감동 이상이 비파 선생의 목판화에서 발현되고 있었다. 은근한 관조와 조용하면서도 성실하고 안으로 가득차 있는 진지함이 배어있었다. 작가 또한 그런 사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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