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순례기] 14.옴(唵)! 영혼에의 모음(母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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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순례기] 14.옴(唵)! 영혼에의 모음(母音)
  • 김규현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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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순례기14

최초의 진언(眞言), ‘옴(Om, 唵)’

올라갈 수 없으면 내려와야 하는 것이 순리이기에 성모(聖母)‘쪼모랑마’의 품안에서 꿈결같이 이틀을 보내고 일정에 쫓겨 고산병으로 거의 초죽음이 된 일행을 독려하여 하산길을 서둘렀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은 하계(下界)로 향하지만 마음만은 그곳에 두고 왔기에 틈틈이 고개 돌려 바라보면 여신은 억겁의 시간 속에서 그래 왔듯이 그렇게 구름 속에 들어 있었다.

하산길은 속칭 약초의 골짜기로 이어졌다. 길가에는 쐐기풀이 군락을 이루며 흐드러지게 퍼져 있었다. 12세기 티벳이 배출한 걸출한 밀교성자이며 시인이었던 밀라레빠는 고행을 수행방법으로 택하여 저 쐐기풀을 먹으며 이곳에서 토굴생활을 하였다. 그래서 그의 몸은 푸른색으로 변하였기에 지금에 전하는 그의 초상화는 거의 푸른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도대체 ‘도(道)’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길래 옛부터 수많은 수행자가 일신의 안온함을 버리고 고행길을 택하여 영혼에의 그리움을 추구한 것인가?

아마 저기 쯤이 그의 팔대제자 중의 하나인 ‘시와외래빠’를 만났다던 시냇가 일까(?)하는 억지 추측을 해 보면서 내려오는 하산길은 날씨 또한 쾌청하다. 하늘은 맑고 푸르러 마치 잉크를 뿌려 놓은 것 같다. 그 하늘 아래 그 푸르른 초원 위에 어디에선가 맑고 아름다워서 인간의 목소리 같지 않았다던 그의 목소리가, 그의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흰 구름은 일년 내내 봉우리 위에 맴돌고 넓은 초원은 왼편 기슭에 펼쳐졌네/ 설산 봉우리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강물은 굽이쳐 약초 골짜기 곁으로 흘러가네/ 나 수행자 밀라레빠는 큰 소망을 품고 조용한 곳에 혼자 남아 명상에 전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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