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보내 드리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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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보내 드리며(5)]
  • 관리자
  • 승인 2003.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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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다행스럽게도 문상을 오셨습니다. 그 중에는 문상을 오시어 영가 법문을 들려

주시고 경을 읽어 주신 분도 계십니다. 슬픔에 잠긴 상주들에게 부처님의 법문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새겨 두어야 할 대목입니다.

첫 날, 문상 오신 분들도 모두 가신 새벽 2 시 30 분쯤, 저는 텅 빈 접대실에 홀로 앉아 오

늘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한 번 그려보았습니다. 큰방에 홀로 앉아 어머니를 그리자니, 문

득 광덕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 상좌 송암스님이 분향소였던 범어사 보제루에 오르던

생각이 났습니다. 송암 스님의 회상을 옮겨 봅니다.

---수십 년 전 행자가 되어서 처음 이 절에 왔을 때, 사내 전 대중이 모여 올리는 새벽 예불

이 하도 좋아서 잠도 안 자고 도량을 서성거렸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 그 때도 지금처럼 달

이 밝았다. 그 때는 달빛 아래서 기쁨으로 어떤 뜻도 모를 환희로 도량을 서성거렸는데, 오늘

은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침통한 순간이 되어 도량을 서성거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이 인생은 흘러가는 것인가...(中略)

나는 넋 나간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간신히 스님 앞에 엎드렸다. 스님 곁에 잇던 손상좌들은

피곤에 지쳐 기척이 없고, 다만 촛불만 타닥거리며 출렁거릴 뿐이었다.

절하고 절하고 다시 절하고, 스님 영정을 우러르면서 스님을 생각했다. 금방이라도 힘든 몸

을 돌려가며 "나 좀 일으켜 다오" 하고 손을 내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中略)

나는 이마를 땅에 대고 하염없이 스님을 불러 보았다. 스님에 대한 연민과 존경이 줄줄이 떠

올라 슬픔과 아쉬움이 파도가 되어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이제 이 시간이 지나면 유해마저도 대할 수 없게 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다시 일어서서 절하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메모지를 까내

놓고 내 슬프고 장엄한 인생 다짐의 감회를 쓰기 시작했다. 글도 아니고 시도 못 되지만 내

다짐이 들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기에 옮겨 본다.

이 시간 지나가면 법구도 없고/그리움 하늘 가득 더욱 사무쳐

정다운 우리 스님 어디서 뵐까/내 이제 무엇으로 의지처 삼아/.스님의 전법부촉 이어갈까나

한밤중 금정 계곡 물소리 함께/님 향한 만단정회 흘러 가누나

어디로 흐르는지 알수없지만/내 가슴 솟아나는 님의 향기는/어느 때 다시 만날 굳은 맹센가

스님을 보내는 맘 너무나 아파/긴 신음 한숨 소리 푸른 별들에

내사연 묻어두어 영원히 살자/내 인생 모두 바쳐 스님뜻 이어/뵈올때 숨김없이 모두 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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