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행생활과 세 가지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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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행생활과 세 가지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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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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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나의 다짐

졸업한 지 33년이 지났는데 느닷없이 원고 청탁을 받고 걱정만 하다가 당황 중에 두서없이 몇 자 적습니다. 불법에 대하여는 짧은 지식이라 감히 말씀드릴 수는 없고, 평소에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몇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불법(佛法)을 만나는 것은 백천만겁 난조우(百千萬劫 難遭遇)의 행운인데, 저는 그런 점에서 이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지중한 인연에 감사드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저희 집은 묘향산과 그리 멀지 않고 금광으로 이름난 평안북도 문산 북진에 있었는데, 일제 때도 서양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았던, 이를테면 일찍이 선진화되었고 비교적 풍요로운 지역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환천(丸川) 백화점을 경영하였는데, 동란 직전에 숙청을 당하여 어머니 등에 업혀 삼팔선을 넘어 왔습니다. 그렇게 월남한 뒤에도 어머니로부터 지극한 불심을 자연스럽게 전수받으면서 자랐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값진 것은 저도 모르게 마음 속에 자리하신 부처님에 대한 귀의(歸依)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북에 살 때부터 어머니께서는 그 바쁘신 와중에도 묘향산의 절에 가서 기도를 올리셨는데, 절에 오르다 호랑이를 만나셨다고, 법당 안 불화(佛畵)에 그려진 묘향산 산신령님의 화신(化身)을 직접 뵈었다고 흐뭇해하시던 얘기며, 화엄경의 선재 동자의 구도(求道) 행각에 대한 얘기 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라왔습니다.

크리스천 학교이던 숭의여고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밴 불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동국대에서 법계(法界) 명성 큰스님을 만나 뵙는 큰 인연으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한자를 익히고 초발심 자경문(初發心自警文)을 배웠습니다. 그 소중한 추억들이 항상 새롭고, 60을 바라보는 이순(耳順)의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처님을 향한 마음이 더욱 간절해짐을 느낄 때마다 저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저는 몇 가지 염원을 세워 왔습니다. 그 첫째는 부처님 생전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하면서 부처님께서 남기신 체취와 법음을 몸소 체험함으로써 신심을 더욱 다지고 저 자신을 갈고 닦는 일이며, 둘째는 저와 같은 불자들을 만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함께 배우고 실천하며 믿음을 더욱 돈독히 하는 일이며, 셋째는 어려운 나라에서 공부하는 스님들을 도와 부처님의 교세가 꺼지지 않도록 일조(一助)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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