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통받고 있는 실직·노숙자는 바로 우리의 이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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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통받고 있는 실직·노숙자는 바로 우리의 이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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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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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아침을 여는 집'의 자원봉사자 임순자, 김영숙 씨

“국이 다 떨어져서 죄송합니다. …”

50~60명이나 남아 있을까. 김영숙(자원봉사자, 44세, 법명 도의성) 씨의 표정이 어느새 조심스럽다.

조금만 더 달라는 통에 조금씩 더 떠 주다보니 그 큰 국솥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김영숙 씨는 혹시 무슨 말이나 나오지 않을까, 몇 번이고 죄송하다는 말을 건넨다. 그 옆에서는 임순자(자원봉사자, 66세, 법명 대덕성) 씨가 김치에 참기름을 붓고 그것으로 비빔밥이라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급한 대로 조치를 취한다.

오늘은 젊은 학생들까지 자원봉사를 자청한 덕분에 설겆이도 밀리지 않고 큰말도 오가지 않고 모두들 웃으면서 일을 끝낸 셈이다. 하지만 이곳 실직자 구호와 자활모임터인 ‘아침을 여는 집(Tel 02-3147-2600~1)’이 항상 이렇게 평화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25일 사단법인 ‘이웃을 돕는 사람들’이 실직자와 노숙자 구호를 위해 무료급식을 실시한 이후 이곳 ‘아침을 여는 집’의 실무자와 봉사자들은 급식자 줄세우기, 술취했거나 떼쓰는 노숙자 상대하기, 싸움 말리기 등 뜻하지 않은 문제들과 번번이 부딪쳐야만 했다. 지금은 실직·노숙자 사이에서도 급식을 위해 어느 정도 줄도 서고 규율 비슷한 것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기는 하지만 아직 자신들의 요구에 맞지 않을 때에는 또 이곳 실무자나 봉사자들과 쉽게 부딪치는 게 사실이다.

서울역이 가까운 서소문 공원 안에 위치한 ‘아침을 여는 집’에서는 점심을 제공하는 다른 구호단체와는 달리 오후 5시부터 6시 사이에 저녁급식을 실시한다. 하루 5,6백 명에 달하는 낯선 사람들에게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실시하는 무료급식이기에 그 긴장감과 배식·준비 등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5,6백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식사를 위해서는 배식 및 설겆이 담당 자원봉사자만도 열 명 남짓이 필요하다. 거기에다 줄세우랴 빈그릇 챙기는 일까지 하려면 남자 봉사자의 힘이 꼭 필요한데 이 일은 어김없이 사무국 남자 간사들이 맡게 된다.

이런 저런 어려움이 항시 존재하는 ‘아침을 여는 집’이기에 사무국의 젊은 간사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은 그 개원과 함께 하루도 빠짐없이 급식 준비와 배식 및 뒷정리를 도맡고 있는 임순자 씨와 김영숙 씨의 모습이 더없이 소중하고 고맙기만 하다.

임순자 씨는 이곳 ‘아침을 여는 집’의 자원봉사자 중 가장 연장자인데 그가 자원봉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예순이 넘은 조금은 늦은 나이였다. 물론 그도 자원봉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여느 사람들처럼 열심히 절에 다닐 뿐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가 다니던 절(미아동 삼선포교원)로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회장 설조 스님, 안동일 변호사, 이하 경불련)에서 무의탁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운영하는 ‘자비의 집’ 일을 도와줄 자원봉사 인원요청이 들어왔고, “절에만 잘 나오는 것이 불자가 아니다”라는 스님의 말씀에 눈떠 임순자 씨는 한번 마음을 내어보았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이 벌써 4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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