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위에 드러난 천년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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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위에 드러난 천년의 세월
  • 관리자
  • 승인 2007.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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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불교전통문양 탁본하는 금강 스님

“탁탁탁 ...”

천년의 고찰 백양사 부도밭. 고즈넉하기까지한 산사의 초입엔 수십 기의 부도들이 묵묵히 위용을 드리운 채 그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흘러내리는 계곡물과 숲이 머금은 수분 때문인가. 피부에 느껴지는 습도가 달리 느껴진다. 너무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오늘 같은 날은 탁본하기에 좋은 날이다.

금강(金剛) 스님은 우선 부도들을 살피며 탁본할 문양을 찾는다. 보기에 좋은 문양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탁본할 만한 문양을 제대로 찾는 것이다. 너무 도드라지게 양각이 되어 있거나 음각된 것은 탁본하기에 좋지가 않다. 적당히 양각된 문양들을 탁본했을 경우 그 아름다움을 더할 수가 있다.

부도에서 탁본할 문양을 찾아내면 우선 먼지와 이끼를 털어낸다. 그리고 적당한 한지를 골라 그 문양 위에 붙이고 물뿌리개로 물을 뿌린 후 문양이 종이 위로 드러나도록 솔로 톡톡톡 잘 두드린다. 그러면 조금 전까지도 희끄므레하던 문양이 오히려 선명해지면서 물머금은 한지 위에 제 모습을 드러낸다. 적당히 마를 때(너무 마르면 먹이 묻어나지 않고, 너무 젖어 있으면 먹이 번진다)를 기다려 그 위에 솜봉(무명솜에 천을 싸서 평평하게 만든 것)에 먹을 묻혀 톡톡톡 농도를 조절하며 두드리면 완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어떤 것은 볼펜심에 솜을 끼워 마치 그리듯이 탁본해야 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탁본을 해서 떼어내어 말리고 배접을 하면 어느 판화나 그림에서도 볼 수 없는 돌의 질감과 세월의 흔적과 당시 도공의 생각과 솜씨까지가 그대로 한지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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