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와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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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와 향기
  • 관리자
  • 승인 2007.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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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 전각가 김시남 교수

하루에 천 배씩 매일 하고, 하루 걸러 하루씩 잠을 자도 전혀 피곤함을 모르고 오히려 활력 이 넘친다는 김시남 교수(49세, 부산여자전문대학 전자계산학과). 그가 특별히 마음먹고 절 을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이 된다. 그 이전에도 108배와 참선과 독경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좀더 가행정진을 해보자는 생각에 하루에 600배 백 일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절을 하는 도중 문득 '왜 내가 그 동안 출가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당장이라도 출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출 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처자식이 있는데 어찌 출가를 할 것인가. 그래 그렇다. 오 늘부터 마음의 출가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한결 절도 잘 되었다. 백 일을 회향 하고 내친 김에 천 배 백일 원을 세우고 매일 천배를 했다. 그러다 보니 출가하신 스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왔다. 출가 삭발할 수 있는 그 마음 결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 가 하는 생각도 했다. 천 배 백일을 회향하는 날에는 삭발 대신 이발을 했다.

그리고 천 오백 배 백 일, 이천 배 백 일을 하고 성철 큰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삼천 배 원을 세웠다. 그러나 학교에 나가면서 매일 삼천 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몸에 무리 가 왔다. 10일을 하고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 다시 원을 가다듬고 매일 천 배씩 100만 배 원을 세우고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그것은 참회의 절이기도 하고, 업장소멸의 절이기도 하고, 때로는 원을 세운 절이기도 하 고, 감사의 절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절하는 것이 좋아서 절을 한다. 마치 고요하 고 편안한 공간에 홀로 앉아 마시는 차 맛이라고 할까. 마시면 마실수록 좋아지는 차 맛에 절하는 마음을 비유해보기도 한다.

"내 인생의 선택 중 참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차 마시는 것과 절 하는 것이지요. 차는 마시면 마실수록 좋아요. 절도 마찬가지지요. 절은 많이 하면 할수록 하심(下心)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옳다 그르다 하는 분별심도 사라지고 일체 시비가 사라집 니다. 몸과 마음을 조복 받을 수 있어요. 수행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절은 불자 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수행법입니다."

예전엔 모임도 많았다. 이 모임 저 모임을 기웃거리며 그야말로 꺼리를 찾아 다녔다. 하는 일 없이 분주하고 시시비비도 끊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달라졌다. 방학중에도 컴퓨 터 특강관계로 매일 학교에 나가지만 일과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온다. 2층 방에 모신 부처 님 전에 향과 촛불을 사르고, 절을 하고, 각을 하고 글을 쓰다보면 어느덧 새벽이다. 이틀 중 하루를 이렇게 보내도 피곤한 줄을 모르고 오히려 정신이 맑고 즐겁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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