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하고 찾아내는 기쁨 느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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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하고 찾아내는 기쁨 느꼈으면”
  • 송희원
  • 승인 2023.11.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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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시리즈 완간한 노승대 작가

“절대 혼자서는 못 쓰는 글들이었어요. 시간도 경비도 기회도 마련해준, 30년 된 문화답사 모임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조자용 박사님을 모시고 다니면서 10여 년 넘게 배우고, 또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 준 지홍 스님도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글의 밑바탕을 이분들이 마련해준 거죠. 꼭 이 이야기를 기사에 써줬으면 해요.”

인터뷰 기사를 쓰기 시작할 때쯤 노승대 작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노승대 작가는 올해 10월 출간한 『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2023)을 끝으로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2019), 『사찰 속 숨은 조연들』(2022)에 이은 시리즈 3권을 마무리 지었다. 
세 권의 책을 낼 때마다 꼭 서문에 적어 두는 그 이야기를 부디 꼭 적어주길 다시 한번 당부한 것이다. 

 

노승대 작가는 배낭을 걸머지고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뿐만 아니라 주목할 만한 문화유산을 찾아 전국으로 답사를 떠난다. 그리고 글로써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인연 ‘덕분에’

인생에서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건 큰 축복이다. 노승대 작가에게는 문서포교와 도심포교의 선구자이신 고 광덕 큰스님, 에밀레박물관을 세운 고 조자용 박사님과의 만남이 그랬다.

1975년 출가해 광덕 스님을 은사로 모셨다. 1983년 중앙승가대 졸업 무렵,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건축 구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우리 민속문화를 알리기 위해 에밀레박물관을 세운 조자용 스승님을 만났다.

“조자용 박사님 덕분에 문화재를 보는 안목이 길러졌어요. 눈이 열린 거죠. 정말 재밌고 즐거운 거예요. 이걸 나 혼자 즐기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1991년부터 ‘우리 얼 우리 문화’, ‘바라밀국토를 찾아서’를 월간 「불광」에 연재하고, 사람을 모아서 답사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노승대 작가는 1993년 ‘바라밀문화기행’에서 시작된 문화답사 모임을 30년 넘게 이끌어 오고 있다. 초반에는 20, 30명 정도였다가 2007년에는 불광사 교육 프로그램이 되면서 80명 가까이 늘었다. 가족 같은 동호인들과 함께 우리의 문화유산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보통 1년에 8번 답사가는데, 전국을 한 번 도는 데 12년이 걸린다. 그는 전국을 총 3번 가까이 돈 셈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이가 들고 질병에 걸려 원년 멤버가 한 명씩 줄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답사를 꾸준히 인도하는 노승대 작가만큼은 참 대단한 체력과 열정이다. 

노승대 작가는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아침 6시에 일어나 1시간 반 정도 아령으로 근력운동을 하고, 집필하다가 눈이 슬슬 아프면 집 뒷산에 올라 1시간 반을 더 운동한다. 그리고 다시 서재에서 자료를 찾고 집필을 이어간다. 왕성한 집필 활동과 지치지 않는 체력은 여기에서 오는 걸까.  

“콜라, 초콜릿, 라면처럼 포장된 걸 가급적 안 먹어요. 인체에 독성이 들어오면 간에서 해독해 주잖아요. 그런데 간이 나빠지면 신장이고 뭐고 차례대로 다 나빠진단 말이에요. 그래서 간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 식품 첨가물이 있는 거는 일절 안 먹으려고 해요. 아직도 제 양쪽 눈 시력이 1.5, 1.0이에요.” 

집필 활동도, 건강 관리도 작가의 말마따나 “내가 스스로 만들어 놓고, 내가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면서까지 답사를 30년 동안 지속해서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일단은 제가 재밌으니까요. 혼자 가는 것보다 같이 가서 즐기는 거니까요. 또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해 주려면 기억력도 좋아야 해요. 왜냐면 별걸 다 질문하거든요(웃음). 그러니까 뭘 하나 읽고, 보더라도 그걸 기억하려고 애를 쓰는 거예요. 제가 답사해서 돈벌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다 아니까. 그러니까 점점 마니아층이 생겼죠.” 

답사 모임은 유교 서원도 가고 천주교 성지도 가지만 70, 80%는 불교문화재 관련 답사를 가게 된다. 문화재를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교리적인 설명도 덧붙이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불교에 슬슬 젖어 들어가게 된다”고. 종교적인 이유로 법당에 안 들어오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들어오기도 하고, 불교 신자가 되기도 한다.

사실 답사를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은사스님이자 월간 「불광」을 창간한 광덕 스님에게 받았던 말 때문이다.

“계를 반납하러 발우를 가지고 광덕 스님을 찾아뵀어요. 광덕 스님께 환계하겠다고 발우를 드리니 그걸 다시 돌려주시는 거예요. 그러고는 제게 ‘절에서 살던 마음으로 살아라’ 하셨죠. 그 말뜻은 자기를 위해서 살지 말고 남한테 기쁨을 주는 삶을 살라는 거죠. 그게 보살의 삶이잖아요. 그래서 하산한 뒤부터 ‘나는 문화유산에 대해 기쁨을 느꼈으니까 이 기쁨을 인연 있는 사람들하고 나눠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죠.”

 

책 ‘덕분에’

월간 「불광」과 도서출판 「한강수」(과거 불광출판사 브랜드)의 출판국장을 역임한 뒤, 10여 년간 전국 산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탄생한 첫 책이 『바위로 배우는 우리문화』(1999)다. 첫 번째 책이 바위에 남아 있는 민족의 뿌리 문화를 더듬어 본 것이라면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는 불교가 들어온 이후 민간에서 유행하던 신앙이나 풍속이 어떻게 절집에 들어와 정착됐는지를 살폈다. 오랫동안 전승돼 온 문화재의 연원을 찾는 노승대 작가의 책들에는 경전을 비롯한 관련 자료들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다. 무엇보다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쓰였다. 그리고 직접 답사를 다니며 쓴 것들이기에 생생한 맛이 있다. 우리 문화를 문화사적으로 딱딱하지 않게 재밌게 풀어냈다고 인정받아, 2020년 한국불교출판문화상 ‘올해의 불서 대상’으로 선정됐다.

“책의 접근 방식이 약간 새롭고 달랐던 거죠. 우리 전통문화 기반 위에서 불교가 어떻게 접근해 갔는지를 밝혔는데, 사찰 시리즈 세 권 책의 주제가 모두 달라요. 하나는 풍속과 문화가 어떻게 절에 들어왔는지, 다른 하나는 절집 조각상이나 그림으로 오랫동안 전승돼 와 무심히 지나치던 여러 존재(조연)들을 탐구했고, 마지막 책도 절집에서 으레 만날 수 있지만 잘 주목하지 않았던 노주석이나, 계단과 석등 등에 대해서 다뤘고요.” 

바람은 한 가지였다. 이 책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의 전통문화와 불교문화를 이해하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됐으면 했다. 우연히 사찰에 들른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문화재들 속에 감춰진 우리 역사와 문화를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는 우리 문화에 우리 것만 있었겠죠. 그런데 다른 나라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기존에 있던 우리 문화와 유교, 불교문화가 전부 습합했잖아요. 중국 가면 중국의 문화가, 일본 가면 일본의 문화가 불교에 들어 있는 것처럼, 우리 한국 불교문화에 어떤 특징이 있느냐가 궁금했어요. 반대로 우리 전통문화도 불교하고 어떻게 접목됐는지도요. 탑만 봐도 모양이 인도와 한국이 다르잖아요. 그 연원을 추적하다 보니까 이게 다 우리 전통문화와 연결돼 있던 거죠.” 

 

“연구는 다 돼 있죠. 저는 그것들을 대중이 읽기 편하도록 쭉 정리한 거죠. 그러니까 일반 대중서로 봤을 때 재밌는 책이 된 거예요. 학자들이 제 책을 보면 이거 내가 주장한 건데, 라고 느낄 거예요. 하늘 아래 어디 새로운 게 있나요?” 

그 ‘덕분에’

사찰 시리즈 3권을 완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노승대 작가는 벌써 다음 책 서문을 쓰고 있다. 현재 한국 민족의 오랜 전통인 ‘거북 신앙’에 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이제 불교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아요. 미련이 없어요. 다른 것들은 전문가들이 다 써놨기 때문에 제가 구태여 쓸 필요가 없어요. 일반인들이 많이 봤는데도 잘 이해가 안 됐던 부분들을 쓰고 싶었던 거니까.
조자용 박사님이 ‘도깨비, 용, 호랑이, 거북이, 봉황’ 이렇게 5개를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문화라고 정해놓으셨어요. 해마다 주제 하나씩을 정해서 용, 호랑이, 도깨비는 전시까지 하셨는데, 거북이와 봉황은 못 하고 돌아가셨어요. 이번 ‘거북 신앙’ 책 집필은, 말하자면 박사님의 유업이죠.”

거북 관련한 자료가 너무 없어서 손을 못 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동안 수도 없이 전국을 다니면서 봐오고 수많은 자료를 찾으면서 머릿속에서 흐름이 정리됐다. 왜 한국은 그런 거북 신앙을 오랫동안 믿어 왔고, 거북 바위에 가서 기도하고, 왜 산꼭대기에 거북이(바위)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선사시대 유적부터 총체적으로 다 엮어서 정리하고 있다. 서문 부분은 거의 다 썼고, 나머지는 자료 정리해서 쓰는 일만 남았다.

“한국 사람만 거북이를 안 먹고 신성시해요. 한국에선 오래된 이 신앙이 앞으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죠. 지금 누가 거북이한테 가서 빌겠어요. 먼 훗날 가면 거북 신앙의 흔적들이 뭔지 전혀 모를 거 아니에요. 기록해 놓지 않으면 잊히겠지만, 옛날 선조들에게는 중요한 신앙이었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겨야 했죠.”

“내가 쓰고 싶은 것은 다 쓰고 죽어야 한다”고 말하는 노승대 작가. 그가 직접 보고 듣고 걸으며 ‘기록한’ 한국의 불교문화에 대한 세 권의 책으로 우리는 절집을 세세하게 톺아볼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다. 

“누구나 다 발견할 수 있어요. 관심 있게 보면 새롭게 보일 수도 있고, 이외의 것을 찾아낼 수 있거든요. 책에 안 실렸어도 독자들이 다른 데 가면 또 보이는 것도 있을 테고. 독자가 무언가를 새롭게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게 저에게는 큰 기쁨이 되겠죠. 제가 인도한 기쁨인 거니까요. 사찰 시리즈 세 권의 책으로 독자가 스스로 흥미를 갖고 불교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사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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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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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속 숨은 조연들』(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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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2023) 

노승대 작가의 ‘사찰’ 시리즈는 우리가 ‘문득’ 찾은 사찰에서 ‘으레’ 지나쳤던 절집의 숨은 보물들, 사찰 속 기묘한 존재들의 역사·문화를 조명한다. 40여 년간 전국의 사찰을 답사하며 그러모은 이야기보따리. 저자는 우리를 절집으로 안내하며 진귀한 경험을 선물한다.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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