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 최근에 흘린 눈물
책장 한 켠에 책과 함께 쌓아놓은 봉투가 있었다. 가만히 열어보니 여러 통의 편지와 함께 수십 장의 사진엽서들이 담겨 있다. 그 봉투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제주도 사진작가 김영갑 씨다. 그러나 그는 이 지상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는 우리에게 제주의 바다, 바위, 사람, 안개, 나무, 비…, 보통 사람들이 미처 느끼지 못하는 제주의 속살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제 더는 그의 작품을 대할 수 없다. 작년 가을, 그는 사진 속 그 장면처럼 온 하늘을 장엄하게 물들이고 한 점 노을 속으로 그렇게 훌쩍 떠나갔다.
책장을 정리하던 손길이 그의 편지에서 자꾸 흔들린다. 한 장 한 장을 펼치다보니 가슴 저 밑바닥에서 뜨거운 눈물이 왈칵 솟구친다. 내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그의 글씨가 번져난다. 편지 속에는 이런 글들이 있다.
‘끼니는 굶을망정 필름을 한 통이라도 구한 날은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거기다 라면이라도 살 수 있는 돈이 생기면 이건 또 무슨 횡재라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코 절망하지 않습니다. 아직 나에게는 건강한 육체와 황홀한 풍광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제주도라는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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