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 (2) 육욕천:도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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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 (2) 육욕천:도리천
  • 전순환
  • 승인 2020.03.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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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지거천・공거천  수미산 중턱에서 정상을 지나 공중에 이르기까지 분포하는 육욕-천은, 하층부터 나열하면, 544호에 소개한 ⑥ 사대천왕-천(四大天王-天), 그리고 이번 545호에 살펴볼 ⑤ 도리-천(忉利-天)과 더불어, 다음 호에 살펴볼 ④ 야마-천(夜摩-天), ③ 도솔-천(兜率-天), ② 화락-천(化樂-天), ①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으로 구성된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천신들의 제왕인 천제석(天帝釋)이 관할한다는 수미산 중턱(pariṣaṇḍa)의 4대천왕천과 수미산 정상(mūrdhan)의 도리천은, 인간계를 포함한 4대주(四大洲)에서 

바라본다면, 공중(vimāna)에 존재하는 천계(devaloka)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중심에 서 있으며 산들의 왕이라 불리는 수미산이 지하의 심연에서 지상으로 뻗어 나와 있는 거대한 산이자 지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땅에 존재한다는 지거천(地居天)으로 불린다. 반면 나머지 네 개의 천계들은 수미산 정상을 떠나 공중에 존재하기에 공거천(空居天)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543호에 소개했던 프라단(Pradhan)의 범본 구사론(3장 166/20)에서 지거천은 부미-니와신(bhūmi=nivāsin), 공거천은 위마나-니와신(vimāna=nivāsin)에 포함되어 표현되어 있는데, 이 모두는 천신(deva)이나 천자(devaputra)를 수식하는 형용사로서 전자는 ‘지표/땅(의 천계)에-머무는’을 의미하고, 후자는 ‘(특정 위치에서) 뻗어 나온 공중/허공(의 천계)에-머무는’을 뜻한다. 

표제어  그런데 특이하게도 위에 열거된 육욕천은 범본 불전들에서 단 한 번도 명사로 나타나지 않는다. 각각의 천계는 거의 예외 없이 ‘…천에 속하는’의 형용사로 사용되며, 수식하는 명사는 천신 또는 천자이다. 사실 문헌들을 잘 살펴보지 않은 상황에서 그 어떤 번역어에서이든 원어이기에 병기(倂記)되는 산스크리트의 표제어 설정에는 적지 않은 오류들이 눈에 띈다. 사대천왕-천을 예로 들면, 필자가 생각하는 표제어는-비록 문헌상에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ika가 빠져있는 cāturmahārāja=kāya이고, 문헌상에서 ika가 붙은 °kāyika는 ‘사대천왕-천에 속하는’으로 번역해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경전의 이해나 번역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기에 어원 이야기와 더불어 올바른 표제어 설정에도 초점을 두어 진행해보기로 한다. 

|    도리천 

사대천왕-천의 상부에 영역을 둔다는 도리-천은 트라야스-트링샤(trāyas=triṁśa)의 음역이고, 의역은 33천(三十三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단어를 산스크리트 사전들에서 찾아보니, 수사 ‘3’에서 장모음의 trāyas°가 아닌 단모음의 trayas°가 검색된다. 문헌들을 살펴보았더니, 『팔천송반야경』은 장모음의 형태만 보여주고, 『이만오천송경』의 경우 장모음보다 단모음의 형태가 2배 이상 더 나타나는 반면, 『십만송반야경』에서는 단모음보다 장모음의 형태가 10배 이상 더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품사는 어떠할까? 모음의 장단에 관계 없이 전적으로 ‘33천의,-에 속하는’을 뜻하는 형용사로서 천신이나 천자를 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종합해보면, 수사 ‘3+30, 33’인 트라야스-트링샷(trayas=triṁśat)에서 ‘33개(의 천계들)로 구성되는’의 형용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말의 t가 탈락되고 동시에 어두 모음의 브릇디(vṛddhi)가 작용하여 불교 혼성 산스크리트(Buddhist Hybrid Sanskrit)적인 trāyastriṁśa가 만들어졌고, 이후 서수(序數)로 사용되는 기존의 단모음 형태와 공존하면서 뒤섞여 사용된 것이 아닌가하는 필자 나름의 판단이 나온다. 그렇다면 명사로서 33천은 산스크리트로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다행히도 단 2회이지만 범본 『팔천송반야경』에 형용사가 아닌 명사로서 33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대천왕-천의 단어형성과 같은 방식인 trāyastriṁśat=kāyika이다. 이 단어의 파생과정은 먼저 수사 33에 ‘천’에 대응하는 카야(kāya)가 붙어-비록 문헌상에서 찾을 수 없는 어형이지만-명사 trayastriṁśat=kāya ‘33천’이 되고, 여기에 접미사 이카(ika)가 붙으면서 동시에 어두 모음을 장음화시켜 ‘33천에 속하는’을 뜻하는 형용사가 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팔천송반야경』의 3장 ‘바라밀다와 불탑’편에 나타나는, 해당 명사구가 포함된 산스크리트 문구와 한역본을 소개한다.

“trāyastriṁśatkāyikāḥ·devaputrāḥ·divyāni·māndāravapuṣpāṇi·abhinirmāya….”

“〔세존이 계신 쪽을 향해 흩뿌리기 위해〕33천에 속하는·천자(天子)들이·천상의·만다라화(曼陀羅花)들을·〔마법으로〕만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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