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팔대지옥과 팔한지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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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팔대지옥과 팔한지옥 (2)
  • 전순환
  • 승인 2020.01.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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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구사론』에 따라 소개한 ①부터 ⑧까지의 팔대지옥은 흥미롭게도, 베다에서 분파되어 기록되었다고 전해지는 데위(Devī)·비슈누(Viṣṇu)·바가와타(Bhagavata) 등의 대표적인 푸라나(Purāṇa)들과 마누(Manu)·야즈냐-왈캬(Yajña=valkya) 등의 스므르티(Smṛti)들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1 21종에서 28종까지 지옥의 종류가 문헌마다 다르게 소개되고 있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팔대지옥의 용어들 가운데 ④ 마하-라우라와(Mahā=raurava) ⑤ 라우라와(Raurava) ⑦ 칼라-수트라(Kāla=sūtra)가 문헌들 각각에 공통으로 등장한다. 특히 다르마-샤스트라(Dharma=Śastra), 즉 ‘법론(法論)’으로 불리는 마누-스므르티(4.87-)와 야즈냐왈캬-스므르티(3.222-)의 경우 ① 아위치(Avīci)를 제외한 7종이 일치하고, 바가와타-푸라나(5.25.6-)의 경우 ② 프라타파나(Pratāpana) ③ 타파나(Tapana) ⑥ 상가타(Saṁghāta) ⑧ 산지와(Saṁjīva)를 제외한 4종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팔대지옥이 이러한 배경을 갖고 있는 것에 반해 팔한(八寒)지옥에 대한 용어나 이야기는, 필자 나름의 탐문에도 불구하고 불교와 관련된 문헌들 밖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팔한지옥이 불교 내에서 새로이 생겨난 개념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생각의 근거는, 어느 정도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이지만, 인도학자이자 불교학자인 벨기에의 에띠엔 라모뜨(Étienne Lamotte)가 나가르주나(Nāgārjuna)의 『대지도론(大智度論)』 한역본을 프랑스어로 옮긴 역서에서 엿볼 수 있었기에 이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전하기로 한다.

팔대지옥

우선 본 칼럼은 팔대지옥, 그 각각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어떠한 특징을 지니 고 있는지 범본의 『구사론』2과 라모뜨의 『대지도론』3, 그리고 범본의 바가와타-푸라나4의 문헌들을 통해 알아보기로 한다. 이는 과연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그러한 내용일까? 소개 순서는 『대지도론』의 순서에 따라 최상층의 지옥부터 시작한다. 각 지옥에서 받는 형벌의 내용은 『대지도론』과 푸라나를 필자가 번역하여 편집한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 등활지옥 산지와(Saṁjīva)를 의역한 등활(等活)은 ‘소생’의 의미를 지닌다. 『대지도론』(p.56-8)에 따르면 살아생전 짐승과 같은 피조물들을 죽이거나 전장에서 서로를 죽이거나, 노예·여자·아이들을 죽인 자들이 떨어지는 이 지옥에서 그 죄인들은 날카로운 칼이나 무기들로 서로를 참혹하게 해치고, 결국 의식을 잃

어 죽기 일보 전까지 간다고 한다. 하지만 전생의 업으로 인해 이들에게 찬바람이 불어오고 지옥의 사령(使令)들이 부를 때 소생하는데, 다시 살아났지만 이와 같은 형벌은 계속된다고 한다. 산지와는 ‘생명력’을 뜻하는 jīva-에 ‘완전한/충만한’의 접두사 sam-이 붙어 만들어진 단어이다.

􂇧 흑승지옥 칼라-수트라(Kāla=sūtra)를 의역한 흑승(黒縄)은 ‘검은색의 줄’을 뜻하며, 산스크리트 또한 바로 이러한 의미이다. 『대지도론』(p.958)에 따르면 이 줄에는 철로 된 도끼가 달려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사령으로 있는 락사사(Rākṣasa)란 끔찍한 악마들이 죄인들의 몸에 갖다 대어 수족을 자르는 고통을 준다고 한다. 이 죄인들은 살아생전 선량한 사람들을 비방하고, 순진한 사람들을 거짓말로 죽게 만드는 등 사악한 언행으로 이 지옥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반해 푸라나(5.26.13)에는 부모나 브라만들에게 악의를 품은 자들이 죽어서 이 지옥에 온다고 적혀 있다. 또한 여기에는 줄이 아니라 구리로 된 검은 색의 판(板)이 10,000요자나(yojana) 넓이로 깔려 있고, 죄인들이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육신 내외부의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1 요자나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지만, 필자는 대략 12km정도로 본다.

􂇦 중합지옥 상가타(Saṁghāta)를 의역한 중합(衆合)은 대략 ‘여러 무리의 공격’을 의미한다. 『대지도론』(p.958-9)에 따르면 이 지옥은 전생에 가축과 새들을 죽인 자들이 죽은 후 떨어지는 이 세계이다. 죽임을 당해 분개하는 이 모든 동물이 각자의 모습을 하고, 또한 락사사들도 온갖 동물의 모습을 취하고 무리를 지어 죄인들에게 다가가 조각을 내는 고통을 준다. 살아생전 약자를 억누르는 데 힘을 행사한 자들은 두 개의 큰 산에 깔리는 형벌을 받고, 욕심·증오·어리석음·두려움으로 인해 선행의 법을 따르지 않으며, 옳은 길을 마다하고 성스러운 법을 왜곡한 자들은 불에 휩싸인 커다란 철륜(鐵輪)에 깔리는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상가타는 ‘때리다/죽이다’의 어근 (G)HAN에 완료분사 -ta-가 붙어 형성된 ghā-ta와 ‘함께, 공동으로’의 접두사 sam-으로 구성되는 단어이다.

􂇥 규환지옥 라우라와(Raurava)를 의역한 규환(叫喚)은 ‘큰 울부짖음’을 뜻하며, 『대지도론』(p.959-6)에 따르면 락사사(Rākṣasa)가 견디기 힘든 고문을 가할 때 죄인들이 내는 끊임없는 고통의 큰 울부짖음이라고 한다. 그런데 푸라나(5.26.9-10)의 이야기는 이와 다르다. 특히 라우라와의 해석에 있어서 그러하다. 이 문헌에서 라우라와는 루루(Ruru)라는 독사보다 더 잔인한 피조물들의 세계이다. 이들은 살아생전 자신들에게 고문과 살해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른 자들로 인해 이 세계에 태어나고, 그 가해자들은 사후 이곳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루루들은 당한 만큼의 고통을 그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준다는 이야기이다. 어원이 분명하지 않지만, 단어 파생의 과정은 대략 명사인 ruru-에서 브릇디(vṛddhi) 현상을 통해 ‘루루에 속하는’의 형용사 *rauru-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접미사 a가 붙어 ‘루루에 속하는 세계’의 명사 raurava-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대규환지옥 마하-라우라와(Mahā=raurava)를 의역한 대규환(大叫喚)은 ‘훨씬 더 큰 울부짖음’을 의미한다. 『대지도론』(ibid)에 따르면 약탈·고문·살인 등 규환 지옥에서와 유사한 악행들로 인해 오게 된 지옥이라며, 죄인들은 이곳에서 가스로 가득찬 방이나 감옥에 갇혀 있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푸라나(5.26.11)의 이야기가 더 개연적이게 느껴진다. 루루들은 이 세계에서 인육을 먹는 크라뱌다(kravyāda)로 불리며 더 무시무시한 괴물로 진화해 있고, 부도덕한 수단으로 착취·고문·살인을 자행한 죄인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피조물들로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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