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禪, Zen. 2009)>은 일본 선종의 주요 인물 도겐(道元, 1200~1253) 선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이다. 오타니 테츠오 스님의 원작 소설 『에이헤이(永平)의 바람, 도겐의 생애』를 타카하시 반메이 감독이 영상으로 옮겼다. 에이헤이는 도겐 선사의 법호이다.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답게 작품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온전히 도겐 선사의 일화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다. 창작도 있고 부처님의 일화를 각색한 내용도 있으며,일대기 중 선후가 뒤바뀐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언어로 표현키 어려운 ‘선’의 정신과 수행의 본분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수행과 선의 본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볼만한 영화이다.
도겐 선사는 13세기 일본에 홀연히 나타나 불교의 개혁과 수행의본을 보인 선승이다. 평생 좌선을 멈
추지 않아 수좌들이 그 뒤를 따랐고, 불법의 원리를 자세히 설명한 『정법안장(正法眼藏)』을 지어 수행의 본래 면모를 전했다. 일본 선종의 주류가 된 조동종을 개창하여, 타락의 길을 걷던 당시 불교에 계율을 지키고 수행을 강조한 새로운 모습을 제시했다. 그야말로 일본 불교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승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죽음을 앞둔 그의 모친과 8살 어린 몬쥬(文殊) 사이의 심상찮은 대화로 시작한다.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묻는다.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하면 죽어서 정토에 이른다고 하는데, 정말로 정토에 갈 수 있을까?” 어린 아들이 당돌하게 답한다. “죽어 정토에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의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내겐 너와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 여기야말로 정토이고 여기 말고 어떤 곳도 정토라 할 수가 없구나.” “어머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야말로 정토가 아니면 안 될 것입니다.” 이 대화는 도겐 선사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화두이다. 그의 어머니는 “생사의 고통을 벗어나는 길을 꼭 찾아주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도겐 선사의 부친 또한 앞서 여러 해 전 이미 세상을 떠난 터였다. 부모 모두 불심이 깊어 아들의 이름을 문수보살의 약칭인 몬쥬로 지었던 인연 따라 도겐은 13살에 출가하였다.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