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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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2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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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이에게

등산장비와 식량

등산을 할 때 등산장비와 식량은 아주 중요하다. 등산을 하고자 하는 산의 특성에 맞게 튼튼한 배낭과 등산화, 등산복, 그리고 먹을 것을 넉넉히 준비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물리적인 산이 아니라 마음의 산을 등산하는 데 있어서 등산장비와 식량은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그것을 나는 계율과 수행법으로 보았다.

구두나 슬리퍼를 신고 험한 산을 오를 수 없듯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마음을 정복하고 본래 마음자리를 찾아 나서면서 아무렇게 행동할 수는 없다. 등산장비가 부족하면 도중에 큰 고생을 겪듯이 올바른 계율을 지니지 않으면 필시 중간에 포기하는 위험이 있다. 그러나 좋은 품질의 등산장비가 필요하다 해서 특정 상표나 특정 색깔의 등산복을 입을 필요는 없다. 더욱이 배낭은 자신의 몸의 크기에 알맞아야 한다. 먹을 것도 마찬가지다.

밥을 좋아하는 사람은 쌀을 가지고 가고 빵을 좋아하는 사람을 빵을 가지고 가면 된다. 커피면 어떻고 작설이면 어떤가? 초콜렛도 비스켓도 좋다.

특정상표나 특정한 음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듯이 염불을 하든 절을 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산을 오른다는 이유로 반드시 똑같은 옷에 신발에 배낭을 짊어매야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같은 산이라고 해서 반드시 똑같이 느껴야 된다는 법은 없다. 당신이 푸른 하늘을 보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감상에 젖으면 안 되는가? 당신 A라는 등산로를 선택했기 때문에 나는 B를 선택하면 안 되는가? 당신이 가다가 뱀을 만났거나 우박을 맞았기 때문에 나는 푸른 하늘과 빛나는 태양을 즐길 가능성이 없는가? 어떤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서 험담을 했기 때문에 커피는 나쁜 것인가? 어떤 사람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지만 어떤 사람은 한 잔의 술을 놓고 삶을 관조하면서 즐길 줄을 안다.

술이나 커피 자체는 판단할 아무런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누가 어떻게 왜 마셨는가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마음의 산을 정복하기에 알맞는 철저하고 올바른 사상과 철학이 오히려 중요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산을 오르는 그사람 자체는 보지도 않고 그가 입은 옷이나 신발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3천배 하는 사람과 108배하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빨간 신발과 노란 신발을 신은 차이와도 같은 것이다. 단 한 번의 절에도 우리는 우리의 모든 정성과 정열을 담을 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며 그 속에 아만의 뿌리를 살찌웠는지 아니면 아만의 뿌리를 잘라내고 있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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