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 민화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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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붓다] 민화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란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18.09.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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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민화 아트페어 2018’와 우리 전통미술이 나아가야 할 길

불자들은 민화의 이미지에 상당히 익숙한 편이다. 알록달록한 색채는 물론이고 산신도의 호랑이처럼 불화와 서로 공유하고 있는 도상도 많을 뿐더러, 감상을 위한 그림이 아닌 예배용, 장식용 등 용도가 있는 기능적 그림이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다른 감상용 미술작품과 유사하게 제작, 유통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민화는 불화의 친척쯤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민화가 아주 인기다. 지난 2016년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렸던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전>은 미주지역을 순회하여 인기를 끌었고, 현대화랑은 지금 대규모 민화전시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을 열고 있다. 경매시장서도 민화는 호황이며,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도 화조도에서 영감을 얻었단다. 이러한 열기 속에서 (사)한국민화협회 주최로 6월 14일부터 4일간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SETEC 1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민화 아트페어 2018’(이하 민화아트페어)에 다녀와 민화나 불화와 같은 우리 전통미술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    어서와, 이런 아트페어는 처음이지?

행사의 마지막 날, 민화아트페어를 찾았다. 부스 전시들의 전반적 인상은 아트페어라기보다는 북적북적 정겨운 장터에 가까운 인상을 주었다. 화랑이나 전업 작가가 부스를 구매하여 작품을 판매하는 여느 아트페어와는 달리 협회나 소모임, 민화강습소 동료들이 팀으로 참가해 1만 원대의 소품들부터 주로는 10~30만 원대의 작은 작품들을 판매·전시하고 있었다. 전시장의 오른편은  400여 명이 참여한 (사)한국민화협회의 회원전으로 빙 둘러싸여 있었는데, 같은 사이즈의 화폭에 각자가 그린 화조도, 복록도, 문자도 등 다양한 민화들이 두 줄로 빼곡히 걸려 있는 모습은 다른 어떤 아트페어에서도 구경해보지 못한 신기한 광경이었다. 

흔히들 아트페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말하는 규모 있는 작품 거래액이나 눈길을 끄는 유명 작가의 화려한 작품이 출품되었느냐를 따진다면 이 행사는 아트페어라기보다는 민화대잔치라 하는 편이 적합할지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이 이 행사를 특별하게 만든 지점이었다. 500여 명의 자칭, 타칭 작가들이 각자의 성심을 담은 그림을 가지고 모인 그 공간은 분명 묘하게 생동하고 있었다.

|    민화民畫에서 찾은 정토淨土의 미美

민화라는 용어는 일본의 사상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가 처음 사용한 이래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 용어이다. 러일전쟁 승리 이후 아시아에서 일본만이 서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 일본의 지식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단지 서구화뿐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당시에 야나기는 동양만의 독자적인 미학을 찾고자 했고, 근대의 산물인 ‘개인’이라는 개념과 이로부터 탄생한 ‘순수미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결과로 ‘민예론’을 펼쳤다. 그는 민화에서 ‘소수의 천재가 창작의 고통 끝에 뽑아낸 감상용 그림’을 넘어서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발견했다.

그에게 민화는 십겁이라는 먼 옛날에 이미 성취되어 있는 정각을 찾아 헤매는 천재들의 그림이 아닌, 십겁정각十劫正覺 안에 머무는 고요한 그림이었으며, “범인이 범인인 채로 성불”(『미의 법문』) 하는 정토의 현현이었다. 

「반야심경般若心經」에 ‘무가애고무유공포無罣礙故無有恐怖’라는 말이 있다./쉽게 말하면 구애받는 것이 없기 때문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조선 민화의 아름다움에는 한마디로 말해서 이와 같은 성질이 있다./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음이 없으므로 무엇 앞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따라서 그토록 조용할 수 있는 것이다./여기서도 동양의 마음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나는 이 그림을 곁에 두고 마음의 행복을 느낀다. 

- 야나기 무네요시, 「민예」 제59호(1957. 9) 중에서, 『조선과 그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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