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0년이나 지난 일이다.
지식에 대한 탐욕이 왕성하던 고등학교 시절에 프리초프 카프라가 지은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양자가 무엇인지, 중력장이 무엇인지,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과 절대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개념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꼬박 밤을 새워 읽고는 꽤나 환희로웠다. 그래서 학교에 가자마자 친구들에게 그 책을 내보이며 호기롭게 말했다.
“야, 너희도 이런 책 좀 읽고, 절에도 좀 다녀!”
“뭐 대단한 거라도 있냐?”
“이 시대 최고의 천재들이라는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의 이론도 부처님께서 2,500년 전에 이미 다 말씀한 것들이야. 너 공空이라는 말 들어는 봤냐?”
“부처님이 그렇게 똑똑해?”
“똑똑한 정도가 아니야. 부처님은 이미 모든 것을 아셨던 분이야.”
그러자 한 친구가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그럼 그 시절에 멋진 물리학 책을 내서 타임머신도 만들고 우주여행도 다니고 하지, 왜 그러지 않았냐? 모든 것을 알았다면 미래도 알았냐? 노스트라다무스보다 정확하고 치밀하게 예언한 책이라도 불교에 있냐? 부처님은 자비로운 분이라며? 정말 자비롭다면 후손들에게 닥칠 재앙을 미리 알려줘 대비하게 했어야지. 안 그래?”
남들은 알지 못하는 비밀을 나만 안 것처럼 뿌듯했던 자부심이 한순간에 흐릿해졌다. 그날 이후로 “부처님은 과연 모든 것을 아셨을까?”라는 의문이 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대학에 진학해 경전을 배우면서 부처님 당시에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었음을 알았다.
이 이야기는 『중아함中阿含』 「전유경箭喩經」과 『맛지마니까야』 「말룽꺄뿟따에게 설한 짧은 경(Cūl.amālun.kyaputtasutta)」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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