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기쁨
상태바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처럼 구름처럼

요즘 나의 수행도량은 깊은 산사도 한적한 암자도 아닌 도심 한복판 산동네 자락에 자리잡은 아이들의 보금자리이다. 매일 아침공양을 마치면 부지런히 발걸음을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올라가야 하는 골목언덕배기에 있는 어린이집에는 스님 "안녕하세요."하며 반겨줄 아이들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맡겨질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아직은 제대로 말을 못하는 민정이가 반가운 듯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그래 우리 민정이 왔구나." 인사를 받으며 교무실 자리에 앉으면 창문 앞에 모셔둔 작은 액자의 관세음보살님께서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내려다보신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하루 일을 구상하면서 지나온 날들을 떠올려 본다. 처음 보살행의 원을 세우고 출가한 초발심 시절에는 온 도량을 누비며 부지런히 염불하고, 승가의 일상습을 익혔다.

운문사 승가대학 대중시절에는 아침공양을 마치면 가사장삼을 받쳐입고 상강례를 시작으로 원전강독과 출가수행자로서의 본분을 배워나갔다.

운문사에서 이력을 마치고 나오면서 스님은 포교의 길을 가지 않겠느냐는 도반스님들의 말을 뒤로 한 채 선방을 찾고 그곳에 방부를 들였다.

선방에서 두 철을 보내던 한 순간, 한 생각 속에 숨겨왔던 보살행의 원력이 분출되어 걸망을 풀고 이 길로 들어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세세생생 수행의 길 속에서 많은 모습으로 보살행을 갈고 닦으셨을진대 부처님을 따라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이 생의 나의 길 또한 자비보시의 길이 아니고 무엇이었던가.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 연민지심으로 가슴이 메어오른다. 어려운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무심으로 기쁘고, 기쁨으로 따라주는 아이들을 보면 한마음이 되곤 한다. 이를 일러 인지상정이라고 하는 것일까.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