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정도경영]자연의 스스로 그러함을 배우고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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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정도경영]자연의 스스로 그러함을 배우고 실천해야
  • 이언오
  • 승인 2017.11.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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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ttp://blog.naver.com/PostList.nhn?blogId=sangjustory

|    사람의 삼독이 자연의 연기관계를 훼손  

상주 화밀농원 윤덕수(73) 씨는 경력 55년 양봉가이다. 결혼 전 형님 밑에서 양봉을 배웠다. 경운기가 없던 시절이라 지게에 벌통을 지고 몇십 리를 걸었다. 꿀 모으는 채밀기, 벌 털어내는 탈봉기도 없었다. 형에게 독립할 때 벌통 두 개를 받았다. 아내 결혼반지를 팔아 송아지를 샀고 그것을 키워 판 돈으로 벌을 구입했다. 

초기에는 꽃을 따라 상주, 보은, 남양주, 강화로 옮겨 다니며 꿀을 떴다. 지금은 한꺼번에 개화하는 탓에 5월은 상주 아카시아 숲에, 6~7월은 강화 밤나무 숲에 벌을 풀어놓는다. 수분이 적고 설탕이 안 들어간 꿀을 얻으려고 채밀 시기에 신경을 쓴다. 오전 7시 전에 작업해서 벌이 당일 채취한 수분 섞인 꿀이 섞이지 않도록 한다. 윤 씨의 꿀은 수분 함유량이 18% 이하로 통에 쏟아도 흘러내리지 않는다. 

벌은 꽃이 피어있는 동안 꿀을 모으고, 꽃이 지면 밀봉을 뜯어 꿀을 먹는다. 윤 씨는 벌이 밀봉을 제거하는 바로 그때 채밀을 한다. 상주와 강화에서 각 한 번씩이다. 그래야 겨울 동안 먹인 설탕이 수확하는 꿀에 섞이지 않는다. 벌이 날개로 수분을 말리고 밀봉해서 보관한 것이 완숙 꿀이라 한다. 윤 씨가 37년 전 꿀을 박카스 병에 담아두었는데 아직 상하지 않았다. 냉장고가 아닌 찬장 아이스박스 속이다. 

일반 양봉가는 벌이 밀봉하기 전에 가능한 많은 양을 수확한다. 꿀 수분을 인위적으로 줄이며 설탕이 포함된 채 판매한다. 윤 씨의 꿀 생산량은 타 양봉가의 30%, 가격은 2배 정도여서 이익이 적다. 매년 강화 마니산에서 꿀 한 통을 제단에 바치는 봉제를 지낸다. 인간 때문에 희생당한 벌들을 위한 위령제이다. 벌과 인간을 위하는 마음이 이제껏 양봉 일을 계속토록 했다. 

윤 씨는 벌을 보면서 인간사회를 반성한다. 벌은 꿀이 모자라면 부지런해지고 남으면 게을러진다. 부족하면 도둑맞을까 봐 그러는지 입구 지키는 벌이 늘어난다. 침입자가 찾아오면 쫓아 보내고 배가 불룩한 경우 받아들인다. 생존에 힘쓰고 경쟁하는 점에서 벌과 인간은 비슷하다. 공동체를 우선하고 자연 속 조화를 유지하는 측면에서는 벌이 인간보다 한 수 위다.

벌은 인간과 함께 오랫동안 살아온 종이다. 최근 꽃 서식지 축소, 농약 살포, 전자파 공해로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벌들이 일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군집붕괴 현상이 자주 관찰된다. 벌이 매개하는 덕분에 꽃이 열매와 씨를 맺는다. 벌과 꽃이 서로 의지하고 생겨나니 연기이다. 그 관계가 위협받자 자연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중이다. 꽃과 벌이 없고 사람이 살지 못하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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