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명법문] "결정된 운명을 바꾸는 법 " / 화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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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명법문] "결정된 운명을 바꾸는 법 " / 화정스님
  • 화정스님
  • 승인 2017.04.2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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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된 운명을 바꾸는 법

화정스님 / 사진 : 최배문

同一宇宙身口意  동일우주신구의 
同聞緣薩成一乘  동문연살성일승 
緣起實相不二門  연기실상불이문 
因果同時現蓮華  인과동시현연화

‘우리 몸과 입과 생각이 우주와 같고, 성문·연각·보살이 일승을 이루니, 연기와 실상이 둘이 아닌 불이문이더라. 불이문에 이르니 인과가 동시이고 연화가 피었도다.’ 

제가 대승불교를 35년 정도 수행하면서 가장 와닿는 말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묘법연화경』에서 하신 성문·연각·보살이 각각이 아니라 일승이라는 말씀입니다. 연기와 실상, 우리 진리의 본체가 삶의 모습과 둘이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    오염된 세상, 오염된 나

부처님께서는 길에서 나셔서 길에서 사셨고, 행복의 길을 가르치시다가 영원한 해탈의 길로 드셨습니다. 우리 중생들도 삶이 지금 당장 고통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행복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의 저는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너무 오염되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출가를 했습니다. ‘출가하고도 이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까?’라고 생각하고, ‘그러면 죽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죽을 결심을 하고 서울대병원에 장기기증을 하러 갔습니다. 그곳 의사는 저를 정신이상자라 취급하고 쫓아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이제 이 오염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예수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신부, 성경의 말씀을 그대로 따르는 목사,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수행자가 있다면 세상이 오염되어 있는 것을 보고 방관하고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떠나지 못했으니 나 자신부터 반듯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그렇게 제 수행에 들어갔습니다. 정진하며 내면의 세계를 살펴보는데, 어느 순간 제가 없었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 앉아 있던 제가 없었습니다. 의식을 일으켜 몸을 만지니 손의 감각으로는 느껴졌습니다. 저는 세상이 오염되어 있고, 오염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눈이 오염되어 세상이 오염되어 보였고, 제 귀가 오염되어 오염되게 들렸습니다. 본래 그 자리는 오염이 된 자리도 아니고 불행한 자리도 아니었는데 몰랐던 것입니다.(理法界) 

모르고 무지하게 중생으로 살았던 것입니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탐진치貪瞋痴에 빠져 있었습니다. 제가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오염되었던 이전의 저는 명법사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내가 눈이 떠졌으니까 이 자리에서 다른 이들의 불성 자리, 모두가 주인공인 본래진면목을 알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서른의 나이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당시 명법사는 힘든 시기였습니다. 명법사 부지는 우리 땅이 아니었고, 건물도 무허가 건물이었습니다. 사찰이 오래되어서 벽에 금이 가고, 곳곳이 삐걱거려서 재건축해야 했습니다. 명법사 중창을 발원하며 기도했지만, 사찰이 무허가라 재건축을 받을 법이 없었습니다. 군청에서도 ‘해당 사항이 없다’며 재건축이 불가하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불공을 마음의 불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필요한 불공을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 법회, 청소년 법회, 신도회 합창단 등을 만들면서 이들이 함께 모여 법회를 할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오직 명법사 재건축을 위한 기도와 정진을 할 뿐이었습니다.(事法界)

 

|    죽음에서 이어진 삶

어느 날 숨이 넘어갔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심부전증 환자였습니다. 불자 중에 유명한 한의사가 있어서 진찰을 보는데, 그분이 “스님, 중생을 포기하시죠.”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몸 편히 쉬라는 말이죠. 저는 ‘자식 포기하는 부모도 있는가요.’ 하면서 죽더라도 포기할 수 없으니 ‘약이나 주세요.’ 하니 ‘죽을 사람은 약이 필요치 않습니다.’ 하고 답하더군요.

서울에서 평택으로 오는 기차에서 갑자기 심장마비가 시작되어 몸이 안 움직였습니다. 세 걸음만 가면 물을 마시고 약을 먹을 수 있는데 그 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차라리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덜 고통스러울 것 같았어요. 정신을 잃으면서 겨우 심장 약을 삼켰습니다. 죽는 순간은 참 고요했습니다. 고요함 속에 어느 순간 작은 소리가 들리더니 점차 주변 소음이 들렸습니다. 누군가 저를 부축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숨쉬기조차 힘들 때 ‘나는 왜! 병이 들었나?’ 생각해보니 삐뚤어진 것을 보면 올바르게 하고 싶어서 마음에 병이 든 거였습니다. 큰스님께서 ‘곡불장직曲不藏直’ 화두를 주셨던 생각이 났습니다. 반듯한 것을 세우려고 하니까 삐뚤어진 것들만 보면 마음이 아파 심장병에 걸려 죽게 된 것입니다. 본래 반듯한 것도 굽은 것도 없는 경지에 이른 후 고요히 눈을 감고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오후 7시 경에 적멸 속에 잠겼는데 ‘또로록’ 하는 소리에 눈이 딱 떠졌습니다. 저세상에서 깨어난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주지스님이 새벽에 도량석을 하려고 준비하시는 소리에 깨어나게 되었는데, 동시에 입에서 법문이 터져 나왔습니다. 경전을 펴도 뜻 모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수덕사 원담 큰스님을 초청하여 법거량法擧量을 했습니다. 큰스님께서 “견성은 했는데 보임保任을 해야 되겠다.” 해서 ‘스님, 제가 언제 공부했습니까? 새끼들 위해 불사 끝맺음해야겠습니다.’ 말씀드렸습니다.

불사를 위한 기도를 계속하던 어느 날 명법사 절 땅의 주인이 어려운 문제가 생겼는데, 제가 이것을 해결해 드렸습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명법사 땅 주인은 땅을 사찰에 희사해주었습니다. 또 종단에서도 사찰 내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국가의 법령을 개정하는 데 힘을 실었습니다. 마침내 명법사는 불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렇듯 마음을 비우니 보이는 세계와 둘이 아닌 불사로 결국 명법사를 중창할 수 있었습니다.(理事無碍法界)

원담 스님께서 “지금 밥이 끓었으니 뜸 들이지 않으면 곯는다.” 하셔서 “저는 이 불사 후 다시 밥을 지어 뜸 들이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불사를 마치니 자연히 새로 밥을 짓지 않아도 뜸이 들게 되었고, 선경 노스님 49재 때 원담 큰스님께서 오셔서 보임이 되었음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저 하나의 해탈에서 언행일치로 대승의 보살행을 수행하니, 명법사 불사는 결정된 운명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단지 저 혼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 대승불교의 가르침입니다. 남을 배려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감동을 느낄 때 연기와 실상이 둘이 아니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불행과 행복을 느끼는 것은 ‘나’라는 아상我相에서 오는 것이고, 내 안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자신이 곧 우주입니다. 그리하여 나를 대하듯 남을 대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언행일치된 삶(성문승聲聞乘). 배려하는 삶(연각승緣覺乘)을 살며 상대에게 필요한 사람(보살승菩薩乘)이 되었을 때 모두가 감동하는 삶은 결정된 운명도 바꿀 수 있습니다.(事事無碍法界)     

 

화정 스님

1966년 순형 스님을 은사로 평택 명법사에서 출가해 1972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받았다. 이후 삼선승가대학을 졸업했으며 석남사와 내원사 등 전국 선원에서 수선안거했다. 재단법인 명법사복지재단 이사장, 용성진종조사장학재단 이사장, 평택경찰서 경승위원, 삼선불학승가대학원 운영위원장 등의 소임을 맡았고, 현재 평택 명법사 회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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