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만나다] 유식唯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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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만나다] 유식唯識 (8)
  • 김사업
  • 승인 2017.04.2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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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근意根과 말나식末那識 - 유식唯識 (8)
김사업

의근意根과 말나식末那識 - 유식唯識 (8)

 

|    흘러가는 부평초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혈육이나 지인을 갑작스레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사람들. 그 사연을 듣다 보면 나도 떠나보낸 사람들의 심정이 된다.

얼마 전에 한 청년의 타계에 대해서 들었다. 착하고 순진한 이 청년은 만취가 된 상태에서 계획된 범행에 말려들었다. 그는 평소의 습관, 유식으로 말하면 평상시 심은 종자가 그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코 허튼짓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범행을 도모한 나쁜 이들은 일을 꾸며 고발을 했고 청년은 조사를 받게 되었다.

조사 과정에서 청년은 심한 모욕을 느꼈다. 그렇다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뾰족한 방법도 없었다. 벙어리 냉가슴 앓던 청년은 결국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을까. 그의 심정이 가슴을 울린다.

청년의 타계 사연을 들은 다음 날 새벽, 예불이 끝난 뒤 불전佛前에 새로이 향을 사르고 삼배를 올린 다음, 단정히 앉아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빌었다.

수상청청취 원래시부평水上靑靑翠 元來是浮萍

부평초는 원래 부평이라, 물의 흐름에 따라 어디로 흐르든 언제나 맑고 푸릅니다. 우리의 본래 모습도 이러하답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부디 이번의 생에 한恨과 미련을 두지 마시고, 훨훨 극락왕생하소서.

고인께서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극락왕생하길 기원하며 한동안 고요히 입정入定하였다. 고인을 위한 기원이 순수하고 진실할 때, 기원하는 자는 기원의 내용 그 자체가 된다. 온 천지가 기원 그대로이니, 그대의 극락왕생은 바로 나의 극락왕생이다. 

 

|    의근意根에 대한 오해와 3과설三科說

안식은 안근에 의지해서 작용하고 이식은 이근에 의지해서 작용한다. 이와 같이 안식에서 신식까지의 전오식前五識은 자신만의 특정한 한 근에 의지해야만 작용한다. 마찬가지로 의식은 의근에 의지해서 작용한다. 무엇을 의근이라 할까? 눈을 안근이라 하고 귀를 이근이라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은 뇌를 의근이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오해다.

안근에서 신근까지의 5근이 육체적인 것인 반면, 의근은 마음에 속하는 어떤 것이다. 부파불교(=소승불교)를 대표하는 설일체유부는 의근을 직전 찰나에 작용하고 소멸한 6식이라고 했다. 어떤 소리를 듣고 모차르트의 교향곡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자. 소리를 들은 것은 이식이고, 그다음 순간 모차르트의 교향곡이라는 생각을 일으킨 것은 의식이다. 이때의 이식이 의근에 해당한다. 

이식뿐만 아니라 한 찰나 전의 식은 무엇이든 모두 의근이 될 수 있다. 설일체유부는 안식에서 의식까지의 6식만을 인정하고(6식이 각각 별개로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다. 직전 호 참조), 모든 것은 한 찰나만 작용하며, 한 찰나에 두 가지 이상의 식이 동시에 작용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직전 찰나에 작용한, 6식 가운데의 어느 한 식이 의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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