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거울 앞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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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거울 앞에 서서
  • 관리자
  • 승인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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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 한국화가 이화자

어렸을 때부터 절에 가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구석구석을 살피는 버릇이 있었어요. 심지어는 대웅전 부처님이 계신 뒤에 돌아가 그곳에는 무엇이 있나. 그리고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나 열심히 살피기도 하고 그것을 그려보기도 했지요. 그것이 불교와의 인연이라면 인연일 것입니다.

올해 나이 쉰 세 살인 이화자(저 부산 경성대학교 회화과 교수)씨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여관이 별로 없었다. 조각가이셨던 아버지의 피를 받아서인지 그림을 뛰어나게 잘 그렸던 그는 국민학교 때부터 미술선생님을 따라 스케치 여행을 자주 다녔다. 특별히 잠잘 곳이 없으면 절에 들어가 자곤 하던 시절이었다. 절에 가면 모든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볼 것도 많았다. 요리조리 살피며 기웃거리고 다니던 것이 지금까지도 습관처럼 되었다. 자신의 그림이 불교색이 짙은 것도 모두 그 영향이 아닌가 한다. 요즈음 특히 전국의 사찰을 돌며 그는 많은 생각을 한다.

전국에 많은 절에 요즈음 불사가 한창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젠 불사를 위한 불사가 아니라 문화 예술적인 관심을 가지고 불사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신라시대나 고려시대 최고의 미술이 불교 미술을 통해 꽃피웠듯이 이 시대의 불교 예술작품이 제대로 발현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이조시대 일제시대를 통해 우리의 불교문화가 말살되었다고 하지만 지금쯤은 우리도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제대로 된 이 시대의 불교예술문화를 꽃피워야지요. 부처님 한 분을 조성하더라도 그곳에 신심을 바탕으로 한 예술가의 혼과 정성이 깃들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생명감이 있고 보는 이들이 저절로 머리를 숙이게 되는 것이지요. 생명감 있는 예술품만이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역사 속에 남는 것입니다.

이화자 씨는 자신에게 조그마한 공간과 시간, 그리고 편안함만 준다면 이 시대의 양식에 맞는 건축으로 절을 짓고 그 곳에 불교의 세계를 그림으로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절 분위기도 싹 바꿔보면 어떨까. 근사한 커피숍처럼 들어가 보고 싶게 꾸미는 것이다. 현대 표현매체의 하나인 스테인드글라스로 절을 얼마든지 장엄할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탱화나 단청도 왜 꼭 그 모양 그 빛깔로만 해야 하는가. 전통에 바탕을 두면서도 현대미를 살려 기가 막히게 그려낼 자신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 예술품의 하나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 성당은 600년을 두고 지어지고 있다. 건축 도면을 그려 그것을 실험하는 데만도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200년째 성당 짓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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