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귀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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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귀가 왔어!
  • 관리자
  • 승인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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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연이야기

오래 전 일이다.

어느 날 나는 절(법인사) 대문 앞 골목길에서 무려 세 시간이 넘도록 한쪽 구석에 숨어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절 대문 옆 게시판에 붙여진 여름불교학교 안내 포스터의 부처님 얼굴이 누군가에 의해서 두 눈이 도려내진 채 십자 칼질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그 장본인을 찾아 볼 양으로 나선 것이다.

지루하게 골목길을 지키고 있으려니 문득 지난 세월들이 떠올랐다. 절집으로 출가를 해서 오직 본분사를 위해 화두 하나로 이 선방 저 선방으로 열심히 다니면서 제법 기 세월을 보냈다. 그렇지만 뭔가 자신 있게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 들지를 않아 밥값도 못하고 있다는 자신의 처지에 늘 마음이 불편했다. 이런 마음이 불편은 해제 때만 되면 더해져서 이 절 저 절로 방황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지병인 심장병으로 위급한 상태에 있는 한 보살님께서 죽기 전에 꼭 스님을 뵙고자 한다는 주위 분들의 부탁에 그 분의 문병을 가게 되었다.

처음 가는 집이라 조금은 어색하다 여겼는데, 들어서자마자 누워 있는 보살님 옆에 있던 5, 6살 가량의 한 어린이가 "엄마, 마귀가 왔어."하면서 한 부인 곁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얼굴을 붉히며 나를 쳐다보았을 때 나는 마치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고개를 들어 그 애를 쳐다보니 눈망울이 또랑또랑한 귀여운 어린애였다. 그 어린이 옆에 굳어진 얼굴로 서 있는 아이의 엄마를 보았을 때는 참으로 묘한 기분까지 들었다. '저렇게 귀여운 얼굴에서 스님을 보고 마귀라는 말이 나오다니….' 참으로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엄마가 소위 일류대학 출신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몹시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부처님이 어떤 존재인가를 제대로 인식시켜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났다. 어쩌면 이 일이 그 동안의 밥값을 다소나마 갚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도반인 원해, 각묵 두 스님에게 나의 이 마음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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