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의 현장] 강진 고성사(高聲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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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의 현장] 강진 고성사(高聲寺)
  • 황찬익
  • 승인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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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사 종소리가 울려 퍼져야 강진이 발전합니다.

영암에서 강진으로 들어서는 경계에 있는 '남도답사의 일번지'라는 푯말마따나 요즘 강진은 평일에도 답사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무위사, 백련사, 다산초당, 영랑생가를 비롯하여 고려시대 청자 도요지와 수려한 강진만 구강포를 보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은 해남과 완도, 창흥 등 전남 남해안의 여러 다른 문화유적을 찾아가는 길목이기 때문에 터미널 근처는 항상 등산복 차림의 타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강진도 머잖은 과거에는 여느 어촌처럼, 사람들이 농업 만 어업 반의 생활을 이어가는 소읍(小邑)에 지나지 않았다. 먼 타지 소식이라야 어쩌다 광주나 목포, 여수를 갔다 오는 사람을 통해 듣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오죽 했으면 다산의 18년 동안 유배지였을까.

이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 그 옛날에는 금릉(金陵)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이 풍광 좋고 살기 좋은 마을 금릉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자랑거리를 만들어냈는데, 백련사의 누각에서 굽어보는 구강포보다도 무위사에서 올려다보는 월출산도 제일 먼저 꼽은 것이 바로 고암모종(高庵暮鐘) 즉, 백성들이 아침저녁으로 듣던 고성사 종소리였다고 한다.

이 유서 깊은 절 고성사는 행정구역상으론 강진읍내에 있다. 하지만 가는 길은 무위사나 다산초당보다도 더 멀게 느껴진다. 버스가 없어 천상 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야 하는데 택시가 가다가 더는 갈 수 없는 곳에서 내려서도 산길을 한 30분 걸어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르는 산길 주변에는 5∼6년 전에 해충에 의해 죽어버린 소나무가 을씨년스럽게 늘어서 있어 오늘의 고성사 모습과 그로테스크한 조화를 이룬다.

현주 스님, 얼른 보기에는 이제 강원 이력이나마 마치셨을까 할 정도로 앳돼 보이는 비구니 스님이 이곳의 주지 스님이시다. 주지래야 빗물이 새는 대웅전에 허물어져 가는 산신각, 그리고 바람을 막으려 비닐 덧 담을 두른 요사가 전부인 토굴 같은 절의 주지다. 3년 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거의 없어지려던 순간이었다. 이전에 살았던 스님이 올라 다니기 힘드니까 산아래 마을에 집을 얻어 기거하면서 초파일이나 재를 지낼 때만 올라왔기 때문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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