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발심(初發心)의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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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심(初發心)의 어머님
  • 관리자
  • 승인 200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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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나의 다짐

따스한 봄기운이 땅 속에서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입춘이 지난 지가 한참이건만 아직도 물러서기 싫은지 동장군의 냉기는 가야산 산사를 향하는 나의 몸을 한껏 움츠리게 한다.

평소에 여행을 많이 해 보지 못한 나는 첩첩이 다른 띠를 두르고 웅장하게 자리해 있는 먼 산의 정경들이 너무 황홀하게 보였다.

사실 그동안 절한다고 하면 제사 때나 겨우 엉덩이 몇 번 숙이는 정도였던 나는 절이며 기도라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이웃의 친한 선배님이 절에 가신다고 하길래 그저 답답한 속을 좀 털어 버릴 겸 여행 삼아 따라 나선 것이 어느 틈엔가 해인사 백련암의 일주문을 지나고 있었다.

한 달에 두 번밖에 문을 열지 않는 탓인지 그날도 경내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이리저리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던 나는 가야산 깊은 산사의 운치를 채 맛보기도 전에 여러 도반들과 함께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부처님 앞에서 정식(?)으로 엎드려 보기는 생전 처음인 나는 옆자리의 다른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느라 바빴고 다른 사람들이 엎드리면 같이 엎드리고 일어서면 같이 일어서도 무조건 따라만 했다.

백련암이 삼천 배 기도를 하는 도량이라고 듣고 오긴 했지만 난 그저 백 팔 배 정도 하리라 마음먹고 올라왔기 때문에 이제나저제나 쉬는 시간만을 기다리며 따라 하고 또 따라 했다.

하지만 옆의 도반들은 도저히 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따라 넘기기만 하는 '예불대참회문'이라는 책자 속의 부처님 명호도 호흡하기에 바빠 부를 힘도 없고 다리와 허리는 비틀어지는 듯 아프기만 했다.

한참 만에야 이제 쉬자고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눈앞이 빙빙 돌기만 했다. 얼마나 기도를 한 지도 몰랐는데 처음 한 기도가 천 배를 넘어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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