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연 삼장(因緣三章)
상태바
나의 인연 삼장(因緣三章)
  • 관리자
  • 승인 2007.09.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인연이야기

서울 서 부산행 기차를 타고 가다 도중에서 불국사(佛國寺)를 둘러 불 수는 있다고 하나 오대산 상원사를 찾는다면 좀 이상할 것이다.

6?25 동란 때 판자촌 교회를 드나들며 찬송가와 아멘 소리에 익숙한 내가 지금은 매일 향을 사르고 염불하며 살게 될 줄이야 짐작이나 했겠는가. 이북에서 해방을 맞고 공산화의 와중에서 미신을 타파한다며 몽둥이를 든 청년들이 우루루 몰려다니며 무당 집에서 울긋불긋한 천조각을 마당에 끄집어 내 불을 지르던 모습을 기억하는 나는 불교를 우상을 숭배하는 잘못된 종교쯤으로 알고 있었다.

피난생활의 고생스럽고 암울한 정신적 갈등 속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나는 대학의 입학이 내 생애의 어떤 전기가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새로운 학우들과 만나게 되었다. 학우 중에슨 시골티가 물씬 풍기는 박 형이 있었는데 옷 차림도 행동도 별난 사람이었다.

다들 자랑스런 S대학의 교복을 입고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그는 늘 허름한 옷을 걸치고 밀집 모자를 쓰고 다녔다. 모두들 학교 근처 하숙방을 전전하는데 그는 이 절 저 절을 옮겨 다니며 절에서 먹고 자면서 학교를 다녔다.

하루는 지루한 교양과목인 독일어 시험시간이었는데 그는 시험지만 그냥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하도 측은해서 몇 자 적어 쪽지를 넘겨주었는데 단호히 나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무안을 당한 꼴이 되었지만 정도(正道) 정도(正道)를 걷는 그의 태도에서 느낀 바가 컸다.

그는 가끔 색즉시공(色卽是空), 부증불감(不增不減), 일미진중(一微塵中) 함시방세계(含十方世界) 등 한마디씩 내뱉는 희한한 말을 하면서 나를 멍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나를 어느 정도 감동시켰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