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날개를 달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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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날개를 달아라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3.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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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는 조지훈 시인의 시 ‘범종’을 읽고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조지훈 시인처럼 종소리를 독특하게 상상한 예는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조지훈 시인은 아마도 “텡하니 비인 새벽”의 시간에 범종 소리를 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무르익는 과실이/ 가지에서 절로 떨어지듯이 종소리는/ 허공에서 떨어진다. 떨어진 그 자리에서/ 종소리는 터져서 빛이 되고 향기가 되고/ 다시 엉기고 맴돌아/ 귓가에 가슴 속에 메아리치며 종소리는/ 웅 웅 웅 웅 웅……/ 삼십삼천을 날아오른다.”

이 시를 통해 내가 놀란 것은 울려 퍼져나가는 범종의 소리 결을 낙하하는 과실의 운동에 견준 상상력 때문이다. 시인은 범종의 소리가 아주 잘 익었다고 썼다. 과육이 아주 잘 익어서 저절로 툭, 떨어지게 된 과실과도 같다고 썼다. 그러나 땅으로 떨어진 과실은 웬일인지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바닥에 떨어지면서 터지고 만 과실로부터 빛과 향기가 바깥으로 쏟아져 나온다. 마치 파열처럼. 외부로 쏟아지면서 공중으로, 하늘로 날아오른다. 물론 빛과 향기의 쏟아짐은 종소리의 잔향을 빗대어 쓴 것이지만, 낙하한 과실의 어떤 속성이 다시 상방을 향해 솟아오른다는 상상력은 보통의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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