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의 아픔 딛고 되살려낸 우리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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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의 아픔 딛고 되살려낸 우리의 색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11.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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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일전통안료 천연 석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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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년 간 맥 끊긴 국산 천연 석채, 부활하다
안료라는 물건을 쉽게 설명하자면 그림에 색을 입히는 착색제다. 보통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미립자로 물에는 녹지 않는다. 같은 착색제인 염료와 다른 점은 물에 녹느냐 녹지 않느냐다. 그래서 기름이나 아교 같은 접착제에 개어서 도포하는 형식으로 사용한다.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안료가 사용된 역사는 꽤나 깊다. 라스코・알타미라 같은 15,000년 전 구석기 시대의 동굴벽화에도 사용됐다. 이후에는 건축물, 조각, 공예품에도 사용된다. 
안료의 종류는 많지만,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것이 광물질에서 추출되는 무기안료다. 색이 있는 암석을 갈아서 사용하는 미술재료라고 생각하면 빠르다. 그래서 이것을 흔히 ‘석채石彩’라고도 부른다. 전통안료를 개발한다는 업체가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석채였다. 양평의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가일전통안료(대표 김현승). 이곳을 찾은 이유는 국산 천연 석채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통안료에 대한 논란이 일반에 불거진 것은 숭례문 단청 복원 이후다. 그 전에는 불화나 민화, 단청 같은 전통회화나 문화재 분야 종사자들 사이에서 거론되던 문제다. 주로 전통 안료, 그 중에서도 천연 석채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석채와 아교를 제대로 쓸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천연 석채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그만큼 없다는 말이다. 화공안료는 1970년대 이후 시방서(문화재 공사 매뉴얼)에 공식 승인되면서부터 대세로 자리잡았다. 화공안료는 비교적 저렴하고 사용이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색이 쉽게 변한다. 100년 전 화공안료로 칠한 단청이 이미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는 일화가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영주 부석사의 단청과 비교하면 석채의 우수성은 두드러진다. 하지만 천연 석채에 대한 수요가 없으니 국산 석채 개발은 요원했다. 
“임진왜란 이후 단청에 대한 천연 석채의 적용 빈도가 적어지기 시작합니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는 결국 없어지게 되지요. 이때부터 약 130년 간 천연 석채를 생산하는 기술이 단절됐어요. 그러다 숭례문 단청을 계기로 천연 석채가 없는 현실에 대한 비판들이 일었죠. 그전부터 문화재 분야 전반에 걸쳐 개발해야 한다는 욕구도 있었고요. 저희는 숭례문으로 전통안료 문제가 불거진 이후 4년 정도 연구해서 작년 3월에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죠.”
김현승 대표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천연 석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석채는 남동광, 공작석, 천연주사, 산호, 석간주 등의 광물질을 갈아서 추출한다. 그런데 단순히 갈기만 한다고 석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석채는 입자의 크기가 작게는 3μ에서 크게는 200μ까지다. 이 정도 크기의 입자를 만들어내는 게 첫 번째 핵심기술이다. 똑같은 암석을 가지고 생산을 해도 입자의 굵기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색상의 차이가 나타난다. 입자가 굵을수록 색이 짙어지고 입자가 곱게 연마될수록 부드럽고 연한 색채를 띤다. 
두 번째 핵심기술은 연마 과정에서 잡석을 빼내는 것이다. 잡석이 끼면 그만큼 색감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불순물을 얼마나 제거했느냐가 좋은 석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이 두 가지 기술이 실전된 상태였다. 가일전통안료가 천연 석채를 만들어냈다고 자부하는 것도 이 핵심기술들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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