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앞바다의 도리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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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앞바다의 도리깨질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8.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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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불암사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 413번길 73, 불암사 가는 길. 영덕에서 포항으로 넘어오면 풍속도는 갑자기 대게에서 과메기로 바뀐다. 영덕은 대게의 고장이고 포항은 과메기의 본향이기 때문이다.그러나 포항버스터미널 건너편 시내버스정류장에서 구룡포행 200번 시내버스를 타고 오늘의 기항지인 구룡포항에 도착하면 포구풍경은 다시 과메기에서 대게로 바뀐다. 구룡포항이야말로 우리나라 최대의 박달대게(참대게) 집산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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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과메기
축제가 열리면
구룡포항은 ‘겨울철
별미’ 과메기를 찾아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과 자동차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 박달대게의 본향
“우리나라 대게의 오십팔 퍼센트가 이곳 구룡포항에서 나와요. 영덕 사람들도 실은 다 이곳에서 사다가 팝니다.” 구룡포항에서 대게잡이배 선장 겸 ‘부산박달대게’ 식당을 운영하는 박형표(62) 씨 말이다. 전봇대 같은 두 집게발가락을 하늘 높이 하트모양으로 치켜들고 대게집 식당 출입구마다 집채 만하게 붙어있는 박달대게 대형 입체간판은 박 씨의 말마따나 구룡포항이 우리나라 최대의 대게어장임을 안근眼根으로 보여주고 있다.
구룡포항의 안근은 박달대게뿐만 아니다. 이곳은 또한 과메기의 본향으로서도 전국에서 유명세를 거둬들이고 있다. 매년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과메기 축제가 열리면 구룡포항은 ‘겨울철 별미’ 과메기를 찾아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과 자동차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 택시기사는 축제 철이면 주민들이 이젠 제발 손님들이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비명을 지른다는 말로 그것을 시각화했다. 
1923년 일본인 도가와 야사브로와 하시모도 젠기치는 그것에 기대 구룡포읍 꼭대기에 신사神社를 세워놓고 다다미집에서 기모노를 입은 채 자국에서 못 이룬 일확천금의 꿈을 이곳에서 이뤘다. 한술 더 떠 도가와 야사브로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조선 어촌마을을 ‘빛나는’ 일본제국인의 거리로 만들어놓았다며 해방 직전 신사 옆에 자신의 송덕비까지 세워놓고 귀향했다. 한나 아렌트는 이것을 ‘악의 평범성’이라고 규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그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책을 통해 한나 아렌트는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히만의) 무능함’이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고 유대인을 학살할 수 있었던 ‘악의 원천’이었다고 천둥처럼 인류에게 고발했던 것이다. 도가와 야사브로도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생각할 수 없는 악의 평범성’으로 ‘꼭 먹을 만큼 그만큼만’ 고기를 잡고 살았던 조선 어민들의 평범성을 무능함으로 전락시켰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구룡포 주민들은 무능하지 않았다. 해방이 되자 도가와 야사브로가 자찬해놓고 간 송덕비문에 구룡포 읍민들은 시멘트를 두껍게 발라버렸다. 그 결과 도가와 야사브로는 아직도 시멘트 안에 갇혀 햇볕을 쬐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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