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님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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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님이 아닙니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7.0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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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나를 ‘파주스님’이라고 부른다. 그건 아마도 내 작품 『신과 함께』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내 헤어스타일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작품의 소재가 불교적인 데다 머리를 밀고 다닌 지는 5~6년쯤 됐다. 작업실이 파주에 있으니 ‘파주스님’이란다. 의도치 않았지만 그렇게 난 스님 아닌 스님으로 불리고 있다.
불교와 인연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군대에 있을 당시 불교 군종병으로 근무했다. 보통은 군종병이라고 하면 신심이 아주 깊거나 불교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내가 군종병을 하게 된 건 ‘제비뽑기’의 결과였다. 그때까지 나는 불교와 별다른 인연을 맺지 못했다. 군종병을 하면서 『반야심경』을 읽게 됐고, 그 내용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불교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몇 권의 경전들을 더 접하면서 불교를 알게 됐다. 덕분에 지금도 『반야심경』을 외우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무속신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무속신앙을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불교와 상당히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과 함께’라는 작품에 불교적인 색채가 녹아 있는 건 분명 그때의 인연 덕분이다. 2009년경 새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신들과 전통적인 저승관에 대한 책을 접하게 됐다. 예전 기억들이 살아나면서 책의 내용에 몰입해 들어갔다. 흥미로웠다. 하지만 우리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신화란 무엇일까. 우리는 학교 교육에서조차 신화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나마 우리는 ‘신화’를 말할 때 대부분 그리스·로마 신화를 떠올린다. 우리의 신화는 막막하기만 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내용을 작품에 담아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에서 『신과 함께』는 출발했다. 사실 처음에는 무당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다. 한 사람이 신을 받아 무당이 되어가는 과정이 무척 드라마틱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에 방향을 살짝 틀기로 했다. 『신과 함께』는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우리의 신화나 저승관은 불교와 아주 밀접하다. 하지만 작품에 불교적인 색채나 무속의 색채를 지나치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사회가 다종교 사회라고 하지만, 특정 종교의 색깔이 너무 강하면 일반 독자들이나 타종교인들이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에서 저승의 모습을 근대화된 모습으로 바꿨다. 지하철을 타고 저승으로 가고 저승의 검색도구는 주글(구글Google)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곳의 찻집은 헬벅스(스타벅스Starbucks)고 지장보살이 세운 로스쿨에서 배출한 변호사들이 죽은 사람들을 변호하는 설정을 넣었다. 물론 이런 설정들은 다분히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것들이다.
그 뒤로도 불교적인 소재를 다루는 작품을 계속 그리게 됐다. 경상북도콘텐츠진흥원과 함께 기획한 ‘제비원 이야기’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전혀 다른 4개의 이야기를 두 형제 주인공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나는 작품 속 두 형제를 통해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불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연거푸 하게 되면서 나는 어느새 ‘파주스님’이 되어 있었다. 내 스스로가 불교 만화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불교박람회’에 초대됐을 때는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만화가로 정식 데뷔한 후 9년 동안 한 번도 쉬지 못했던 터라 요즘은 작정하고 쉬는 중이다. 내년 이맘때쯤 내가 다시 돌아올 때면 그때는 ‘파주스님’이라는 별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를 진짜 스님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저 정말 스님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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