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는 박제된 볼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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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는 박제된 볼거리가 아니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6.0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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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게 하는 옛삶의 불교문화 | 불교문화의 의미와 가치

|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생생한 전통
고구려 시대 한반도에 전해진 불교는 오랜 세월 한민족과 함께 하면서 우리 한국인의 문화와 역사의 큰 맥을 형성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삶 속에는 알게 모르게 불교적인 문화가 많이 녹아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무심코 하는 대화의 내용 중 찰나, 이판사판, 이심전심, 아비규환 등 불교에서 기인한 말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찰에는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사람과 자연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고리가 바로 사찰이다. 조선시대에 불교를 탄압하여 도시에 있던 사찰들을 강제로 몰아냈기 때문에, 많은 사찰들이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산 속의 사찰은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순응하고자 하는 자연 친화의 길을 걸었다. 
사찰 건축배치를 살펴보면 그 특징이 확연히 드러난다. 서양의 종교건축물은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인 건축 구조물로 그 안에서 모든 기능을 수행한다. 이에 반해 사찰건축은 자연과 벗하면서 건축과 건축 사이에서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며 동시에 위계질서를 보여준다. 오랜 시간 융화돼온 사찰과 그 주변의 자연환경은 지금 우리에게 휴식과 여가를 위한 최적의 공간이 되고 있다. 
불교는 인도에서 서역, 중국 그리고 한국으로 전래되어 각 시대마다 지역적 특성과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문화를 싹틔웠다. 인도, 중국 그리고 한국의 불교문화는 각 지역의 고유한 전통과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로 전개되어, 맥락을 같이 하면서도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게 됐다. 그래서 한국불교는 가까운 일본, 중국과도 확연히 차별화된 고유의 문화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사찰은 대중들에게 늘 개방되어 있다. 법당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신행활동들로도 알 수 있듯이 굉장히 개방적이다. 생생하다. 이러한 개방을 통해 일반 국민들이 불교문화 관람으로 전통문화를 향유하고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정체성을 학습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다.
불교의 문화유산은 다른 문화유산과 달리 신앙의 대상인 동시에 문화유산으로서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박물관 수납장으로 옮겨져 그 본래적 기능과 가치를 상실한 채 예술적 감상이나 볼거리로만 한정되어 버린 박제된 문화가 아니다. 불교문화의 이러한 생동감은 지금도 사찰에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 현재에도 전통성이 지속되는 진행형 문화유산
사찰은 신들의 공간과 함께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 공존한다. 고궁이나 서원처럼 문화를 형성하고 창출한 주체는 사라진 채 현재는 빈 모습만 남아 있는 문화유산들과는 다른 특징이다. 불교문화는 살아 움직이는 신앙의 대상물로서 가치와 기능이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행과 신행 생활이 진행되는 현장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출가한 스님들의 삶 그 자체도 전통문화의 가치를 지닌다. 다시 말해서 사찰은 지속과 계승이 반복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 문화예술의 활동 공간이다. 결론적으로 불교문화는 존재 자체가 전통문화이자 새로운 문화 창달의 바탕인 셈이다.
불교문화유산은 한국인의 역사·문화와 희로애락을 품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불교문화는 유형의 문화재에 속하는 전각들과 부속 건물들, 불상, 탱화, 탑뿐만이 아니다. 사찰이라는 공간은 종교가 갖는 원칙을 고수하며 생활하는 곳이다. 때문에, 급변하는 현대에 일반인의 생활보다 더 오랜 시간 전통 생활문화가 지속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일반에 노출되어 있고 때로는 사찰의 인식부족 등으로 방치되기도 한다. 때로는 몰지각한 사람에 의해 수난을 겪는다. 불교의 전래와 함께 조성되기 시작한 불교문화재는 천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온전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역사의 산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 속에 전란이나 천재지변으로 소실되기도 하였으며, 사회이념의 변화로 인해 훼손을 피할 수 없었던 불행한 시기도 겪었다. 현재 사찰에 남아있는 문화재는 이런 혼란의 시기를 이겨낸 것이다. 여기에는 사찰에 사는 사람들의 노고가 녹아있다. 유형의 겉모습만 드러내는 문화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으로서 전통성까지 담보된 진행형의 문화가 바로 불교문화인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가 열리며 불교는 탄압받기 시작했다. 후기에 이르러 불교는 문화의 주요 흐름에서 소외되곤 했다. 당시부터 이어져온 관습과 다종교국가라는 오늘날의 특성으로 인해, 이 시대 역시 불교문화에 대한 대접은 소홀한 측면이 있다. 균형적인 역사인식이 안타까운 대목이다.
불교문화는 분명히 종교적 특성이 있으며, 종교적 활동이 역사적으로 축적된 고유한 문화의 산물임은 분명하다. 여기에 더하여 한국인의 역사, 사회, 문화적 전통으로 재창조된 문화임을 기억해야 한다. 즉, 삼국시대 전래 후 한국문화에 뿌리내린 불교문화는 불교만의 특색보다는 한국문화사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며, 우리 역사의 큰 주축을 이룬다. 그래서 불교문화는 한국의 전통문화로서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지닌다. 불교신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어떠한 거부감 없이 드나드는 곳이 사찰이란 공간이다. 사찰을 ‘우리 것’이라고 인식하는 바탕에는 이런 공공성이 자리 잡고 있다.

| 불교문화의 무궁무진한 잠재력
불교문화는 종교문화와 전통문화가 공존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보다는 두 가지를 나누어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들이 존재한다. 편의에 따라 불교문화를 종교문화로만 한정해버리거나 때로는 전통문화임을 앞세워 자기 집처럼 주인행세를 하기도 한다. 이런 이중적 잣대는 불교문화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21세기는 전 세계가 문화주도권을 잡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는 문화산업의 시대다. 문화에 대한 가치는 새삼 그 중요성을 논할 필요가 없다. 한 점의 문화재가 지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며, 이를 통해 찬란했던 민족의 문화를 대내외에 알리기도 한다. 이를 매개로 문화도시, 문화국가라는 무형의 자긍심과 함께 관광사업이라는 유형의 자산을 생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유·무형문화재 중 불교문화재가 그 수나 내용에 있어서 월등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토록 소중한 자산인 불교문화의 보존방법 모색에는 기술적,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불교문화의 경우 ‘문화’의 가치가 제대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사찰의 고유기능이 잘 살아있어야 한다. 동시에 사찰과 사찰을 품고 있는 주변경관의 보존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곳곳의 개발 열풍에 사찰의 주변경관은 물론 사찰의 존립 자체마저 위협받는 상황을 굳이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교문화 보호 및 보존 정책 전반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많은 대중 속에 노출되어 있고 생활공간 바로 옆에 존재하면서 늘 ‘역사’와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면서 또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고 회피할 문제도 아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많은 나라에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재’인 곳들이 많다. 이는 그들 나라가 매우 강력하게 ‘문화재와 그 주변경관’을 함께 보존하는 정책을 취하고, 그에 따른 예산과 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 불교문화 보호와 보존이 필요한 당위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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