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마애삼존불. 국보 84호, 백제 7세기, 본존불 높이 2.8m, 충남 서산.
흔히 불상을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교리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불상은 부처(如來, 覺者)를 조각한 것이다. 그러므로 조각에 있어서의 양감量感(Volume), 면面(Surface), 표면구조表面構造(Texture) 등의 조형언어를 통하여 부처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조각이야말로 경전보다도 더 직접적인 불교사상의 표현으로, 가장 추상적인 개념이 가장 물질적인 것으로 구체화한 것이 불상이다. 여기에 담겨진 조형언어를 올바로 읽게 되었을 때, 우리는 부처의 본질을 파악하게 된다.
불상에 담겨진 세 가지 조형언어 가운데 양감과 면은 건축에서도 볼 수 있는 조형언어이다. 그러나 표면구조 혹은 질감은 조각만의 조형언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동양의 관념이 형상화된 동양미술의 조형언어는 결코 서구의 사고방식으로는 읽어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불상은 신상神像의 얼굴이 아니라 사람 얼굴이다. 우리의 삼국시대 불상들은 서산마애삼존불처럼 드물게 함박웃음을 머금은 예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간적이고 친근한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이 미소는 고구려 불상이나 신라 불상에도 있지만 백제 불상의 얼굴이 더 인간적이다. 마치 백제인의 온화한 심성을 엿보는 듯하다. 우리 불상의 얼굴 표정은 중국이나 일본처럼 어떤 정형이 없고 얼굴이 제각기 다르다. 중국 불상 가운데에도 천진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불상이 있기는 하지만 눈매가 날카로워 어딘지 억제된 미소처럼 보이며, 반대로 같은 시대의 일본 불상은 항상 딱딱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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