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들어 입을게요, 느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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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어 입을게요, 느낌 아니까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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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디자인클럽 옷 만들기 강좌

인간의 기본 생활조건인 의식주. 그중에서도 입는 것에 대한 문제는 대부분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옷 만들기 강좌에 대한 정보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안산의 ‘디자인클럽’이라는 옷가게. 그곳에선 매주 주말 옷 만들기 무료 강좌가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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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 강좌, 동네 사랑방이 되다

‘디자인클럽’이라는 옷집은 안산시 상록구의 조용한 주택가 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겉으로 볼 때는 여느 중소 옷가게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게 안쪽으로 들어서니 다른 가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 펼쳐졌다. 이른바 ‘미싱’이 라고 부르는 재봉틀 여러 대가 놓여있고 한쪽에서는 ‘패턴’이라고 부르는 옷감 조각을 만드는 본이 걸려 있다. 한눈에도 이곳에서 옷이 직접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와 4시 이 작업실에서 옷 만들기 강좌가 열린다. 물론 알려진 대로 무료다. 다만 옷감 비용은 각자 부담이다. 1시를 조금 넘긴 시각, 하나둘 사람들이 작업실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기는 바느질을 이렇게 돌려 감듯이 해야 돼요. 그래야 나중에 입으면서 올이 쉽게 풀리지 않아요.” “아~ 그런데 여기를 그렇게 바느질해도 괜찮아요? 나중에 옷감이 울지는 않을까요?” “괜찮아요. 양쪽을 잘 잡아주기만 하면 돼요.”

수업의 시작은 학교수업처럼 정해진 것이 없다. 모두가 자기 자리를 찾아 앉고 해야 할 것들을 찾아 하면 그게 수업 시작이다. 어느새 10여 명 정도가 작업실 여기저기에 앉아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다. ‘디자인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정명룡(46)대표가 이 강좌를 시작한 것은 2012년 12월부터. 이제 10개월 정도 됐다.

“처음에는 집사람이 인터넷을 하다가 옷 만들기 강좌를 해주는 곳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그런데 살펴보니까 옷 만드는 기능인을 기르는 데는 좀 미흡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나서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학생들과 취미 삼아 옷을 만들어보고 싶은 가정주부들에게 기본부터 가르쳐주는 강좌를 직접 해볼까 생각하게 된 거죠. 이제는 토요일이면 장사보다는 학생들 가르치는 데만 집중해요.”

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패션디자인을 지망하는 학생들 중에는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국비 지원을 받는 학원의 한 달 강습비용은 200만 원 안팎이다. 그런데 정말 필요한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거나 학생들이 배워온 디자인이 그다지 좋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료 옷 만들기 강좌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강좌를 듣고 있는 사람도 관련 전공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예상대로 동네 주민들도 소식을 듣고 하나둘씩 찾아와 옷 만들기를 배우고 있다. 이전에는 동네문화센터에서 옷 만들기 강좌를 열기도 했지만, 지속성이 떨어지다 보니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매주 주말에 세 시간씩 꼬박꼬박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신뢰도의 측면에서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곳을 찾아온 주민들은 수업이 진행되는 사이사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동네 사랑방이 따로 없었다.

 
| 사 입으면 18만 원, 내가 만들면 6만 원

“예전부터 옷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연히 여기에서 강좌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지인과 함께 다니고 있죠. 다닌 지는 이제 1달이 조금 넘었어요.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직접 해보면서 배우고 있는데 힘들기도 하지만 여간 재밌는 게 아니네요. 내 손으로 옷 한 벌을 완성시키고 나면 그 성취감이 대단하죠. 앞으로는 열심히 배워서 우리 식구들 옷을 직접 만들어주려고 해요.” (박정희, 49)

옷 만들기가 주는 가장 큰 이점은 싼 가격에 내가 원하는 나만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피스 한 벌을 기준으로 공산품의 경우 18만 원 정도를 줘야 살 수 있는 옷을 원단만 사다가 직접 만들 경우 6만 원이면 마련할 수 있다. 또 직접 옷 한 벌을 완성한 사람들은 자기가 만든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자랑하기도 한다. 그만큼 성취감이 크다.

정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OMCDC’ 라는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 중이다. 여기에서는 손수 디자인해서 만든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이트를 통해 무료 강좌 소식을 접하고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말마다 서울 구로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충남 논산에서도 매주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현재는 오후 1시와 4시 수업을 통틀어 총 15명이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재봉틀 8대와 특종 기계 5대를 구비하고 있는 가게 형편을 생각하면 강좌는 사실상 포화 상태다. 더 받고 싶어도 받기 힘든 상황이라는 말이다. 이는 옷 만들기에 대한 잠재된 관심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리라. 정 대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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