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와 수석, 나무와 돌을 살피는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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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와 수석, 나무와 돌을 살피는 명상
  • 불광출판사
  • 승인 2011.05.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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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나라 젠(Zen) 풍경/윌튼네 젠 이야기

1958년 겨울,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한 종합병원. 막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는 오후라서 그런지 병원마저 한산하다. 그러나 소아과 병동만은 외래 환자가 밀려든다. 비가 추적여서 그럴까? 어린 감기환자들이 애처롭다. 느지막이, 북적대던 그들마저 떠났다. 소아과 전문의 윌튼 브레너드는 비로소 의자등받이에 몸을 맡긴다. 공허함이 밀려들었다. 울적해질 즈음, 오피스 매니저가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선물을 내민다. 요상한 화분이다. 크리스마스용 빨간 포인세티아(Poinsettia,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관상용 화초)가 아니라 삐죽삐죽 가시가 돋은 나무다. 작은 화분 속에 20센티미터쯤 뻗어 오른 흑송(黑松). 어린 나무 같기도 한데 그 기상이 우람했다. 온전한 모양을 갖춘 작은 소나무가 대자연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 선물이 닥터 브레너드의 삶을 바꿨다.

이번 호에는 미국에 젠 문화가 어떻게 퍼져갔는지 윌튼 씨를 통해서 엿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선불교의 소개는 1960년대 스즈키 선사를 비롯한 1세대일본 스님들의 몫이었다. 그렇지만 그분들의 선풍을 서구인들이 느끼기까지는 첫 시봉자인 가난한 동양 이민자들의 역할이 컸다. 대학의 지식인들이 불교교리를 철학으로 받아들이는 시간 동안 일반 생활인들도 이웃으로부터 적잖은 영향을 받아왔다.

그 집에는 햇빛이 농을 걸고,
구름이 달래준다
윌튼 씨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길을 가다 독특한 집 모양에 끌려 문을 두드렸다. 그의 집은 언뜻 보면 교토의 작은 절 같기도 하고, 상하이 장자의 정원 같기도 하다. 북부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모던건축을 해온 존 카터의 1965년 디자인이다. 모두 92개의 창이 있는데, 창을 따라 들어오는 햇빛과 냉기를 동양의 문창살 같은 울타리가 잔잔하게 막아준다. 파이처럼 생긴 부채꼴 대지에 놓인 리본 모양의 집이다. 햇살이 출렁이고, 바람에 너울거리는 나뭇잎을 온 방향에서 즐긴다. 높게 난 창은 시시각각 구름과 별의 움직임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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