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와 장엄] 도량 장엄, 번(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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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와 장엄] 도량 장엄, 번(幡)
  • 유근자
  • 승인 2010.12.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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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와 장엄

2005년 6월 인도의 불교문화가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과 우리나라로 전해지는 과정을 찾는 순례에 동참했다. 무지막지한 더위와 맞닥뜨렸던 순례는 고행길이었지만, 곳곳에서 만나는 불교 전파의 유적은 감로(甘露)와 같았다. 불상의 탄생지인 파키스탄에서 출발해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koram Highway)를 지나 세계 장수 지역으로 유명한 훈자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곳이 칠라스(Chilas)이다.

칠라스 유적은 인더스 강이 산 계곡 사이로 흐르고 있는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계곡의 바위에는 불상·탑·인물이나 동물상 등이 조각되어있다. 돌에 새겨진 불상과 불탑은 한 시기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선사시대부터 10세기경까지 지속적으로 새겨진 것이다. 칠라스 유적은 순례승이 왕래했던 길로 불교문화 전파의 길 가운데 하나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탑 꼭대기에서 펄럭이는 깃발은 유난히 나의 눈길을 끌었다(그림 1). 너무 더운 날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왜 깃발이 탑 위에서 펄럭이고 있을까. 여행 안내자가 깃발을 들고 앞장서면 관광객은 그 뒤를 따라 여행을 시작하듯, 불교미술 속의 깃발이 의미하는 바를 찾아 깃발 여행을 떠나 보자.

깃발, 번幡

깃발은 불교에서 장엄구의 일종으로 법당 안과 밖에서 불교의식을 행할 때 도량을 장엄하는 데 쓰인다. 산스크리트어로는 파타카(Patāpkāp)라고 하며 중국에서 번(幡)으로 한역되었으며, 모든 깃발의 총칭으로 당(幢)과 함께 불·보살에게 바치는 장엄공양구이

다. 번은 전쟁터에서 자신의 무훈을 상대방에게 알리기 위해서 세웠던 깃발인데, 불교에 유입되어 불·보살의 항마(降魔)의 위덕을 나타내기 위한도구로 사용되었다.

 

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여러 경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아함경』에서는 “바라문이 인간에게 이기는 법을 깨달았을 때 옥상에 번을 세워 이를 사방에 알렸다”고 했고, 『유마경』에서는 “외적을 물리쳤을 때 승번(勝幡)을 달았는데, 도량의 마귀를 항복시키는 것도 이와 같은 형태로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승번을 매다는 것처럼 항마(降魔)의 표시이다”라고 했다.

번의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불탑이나 불전을 장엄하기 위한 장엄용, 의식 때 예배용으로 쓰는 공양용, 어려운 불교 교리를 쉽게 전달해 주고자하는 교화용, 사찰 입구의 당간에 다는 표식용, 인로왕보살이나 스님들이지물로 사용하는 인도용(引導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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