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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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 관리자
  • 승인 2009.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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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역사의 인물은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시대정신이란 말은 한 시대의 사회상과 민심을 주도하고 특징 짓는 정신을 뜻한다. 이것을 통해 그 시대의 성격을 파악할 수가 있다. 역사의 인물이라 해서 꼭 입신양명한 유명인만 꼽을 필요가 없다. 보기에 따라 소외자가 더 우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고난을 피하지 않고 줏대 있게 살아간 쪽이 후대엔 오히려 깊은 감동을 남긴다.

 역사 속에선 수많은 인물들이 부침(浮沈)한다. 위인, 영웅 호걸이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위선과 배신의 오명을 전하는 모습도 비친다. 이 가운데 역사를 이끌고 바꿔간 인물은 대개가 역경에 살았으며 시대정신에 투철하다. 그래서 부귀보다 청정 청빈 이 청사에 새겨진다. 인물다운 인물은 생전에는 물론 후대에까지 끊임없이 용기를 불어 넣어 주면서 삶의 귀감이 된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많이 만난다. 매월당 김시습이 그중의 하나로 꼽힐 대상이다.

 조선시대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은 학자이자 문인 그리고 승려 생활도 한 당대의 지사였다. 조선조 개국의 초석으로 선비정신을 빼놓지 못한다. 선비는 권세와 이익을 탐하지 않고 대쪽 같은 절개를 숭앙한다. 매월당의 생에는 자신을 던져 버리고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고절(苦節) 바로 그것이다. 어린 임금 단종의 비극이 없었던들 그의 일생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신산한 고행 대신에 적극적으로 국정에 참여하는 기여가 있었으리라는 상상이 가능하다. 여기서도 역사의 굴곡을 깨닫는다.

 그는 어려서 신동 · 신재의 칭찬을 들으며 세종대왕의 총애를 받았다. 소년시절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순탄치 않은 앞날이 예고되었다. 역경을 딛고 오로지 학문에 열중하다가, 수양대군의 모반 소식을 절에서 듣고 책을 불태워 버렸다. 분연히 털고 일어나 승려가 되어 법호를 '설잠'이라 하고  하늘을 날듯이 방랑하는 나그네 로 변신하였다. 이같은 행위는 현실도피가 아닌 전력투신의 도전이라 할만하다. 시대정신의 발현이다.

 발길이 닿는 대로 그는 전국을 떠돌아 다녔다. 통분과 한을 마음에 새기며 금강산, 오대산을 오르내리고 멀리 남쪽까지 다도해를 더듬었다. 한숨이 시요, 시가 한숨이 되었다. 그사이 효령대군의 부탁을 받아 불경언해 사업을 도왔다. 그것도 오래 못 가 훌훌 털고 일어나 경주로 자리를 옮겨 남산에 금오신설을 만들어 입산 했다.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른 뒤 몇 차례 불렀으나 끝내 소명(召命)에 응하지 않았다. 거부의 결단은 단순히 오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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