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밝은 생활
어느 여름의 일이었다.
일행에서 떨어져서 저녁 늦게야 해인사 아래 마을에 도착한 나는, 먼저 절 근처 여관에 가 있을 친구들을 찾아 올라가다가 개울가에 이르렀다. 다리는 장마 빗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멀찌감치 전등이 하나 켜 있긴 했으나 촉광이 낮아 있으나마나였고, 개울물은 기세좋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물위로 철벙철벙 건너 오는 사람이 있었다. 비록 물에 잠기긴 했지만 다리가 있음을 알고 나는 동행과 같이 물에 들어서서 조심조심 그 보이지 않는 다리를 건넜다.
개울을 건너고 보니 사방이 캄캄하여 길이 어디있는지 초행인 나는 암흑속에 싸여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다.
라이터를 켜보면 눈앞엔 언덕이요, 언덕엔 삼나무가 여기저기 서 있을 뿐, 어디로 가야할 지를 알 수 없었다. 비는 슬슬 뿌리고, 사람의 기척도 없다. 라이터 불도 개스가 떨어졌는지 켜지지 않았다. 암흑 속에서 방향을 모른채 서 있는데 아래쪽에 조그만 불이 움직였다. 누구의 담뱃불이었다. 얘기하는 소리도 들렸다. 어찌나 반가운지 몰랐다. 그 담뱃불이 가까이 오는 걸 보고 길을 물으니 우리도 그 여관에 들어있는 사람이라면서 따라오라 한다. 나서니 과연 평탄한 길이었다. 이리하여 우리는 젖은 몸으로 여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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