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정 불교 신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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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정 불교 신자인가
  • 관리자
  • 승인 2009.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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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나의 믿음 나의 생활
▲ 필자의 스님역

 가늠할 수 없는 피로감으로 어딘지도 모를 벼랑에서 끝없이 떨어져 내려가는 나를 요란한 전화벨이 붙잡는다.

 ‘나의 믿음 나의 생활’을 주제로 한 글을 써줄 수 없느냐는 원고청탁.

 낭낭하고 정중한 목소리의 여기자에게 “내가 그런 글을 쓸 위인이 되겠습니까?” 하며 거절하는 게 도리였겠으나 원고 마감 일자를 통보받고 전화를 끊고 나서야 왈칵 두려움이 솟구쳐 오른다.

 내게 과연 믿음이 있는 것일까?

 내게 과연 불교신자로서의 생활이 있는 것일까?

 우리 중생에게 부여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인생이란 게 모두가 무상한 것이라는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갈애(渴愛)와 애욕(愛慾)이 들끓어 한 여름에도 선득한 바람이 끊일 날이 없으며 건강이며, 명예며, 재산, 그리고 그 밖에 ‘행복’이라 불리워지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것들을 추구하느라 끝없는 갈증에 시달리는 삶을 생각해보고 반성하여 밝은 내일에 접할 수 없는 삶이!

 즉 일체무상(一切無常)의 법칙을 깨우치지 못하는 이 가련한 중생이 어찌 감히 신앙생활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미혹(迷惑)한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가르켜 ‘불교신자’라고들 서슴없이 말한다.

 아마도 연예계에 몸담아 온 지난 30여년간 수많은 작품에서 스님역을 해왔던 ‘탤랜트 박병호’의 이미지가 그들의 뇌리 속에 희미하게나마 새겨져 있기 때문이리라.

 때로는 친분이 있는 스님들께서도 자연인으로서의 박병호와 탤런트로서의 박병호를 동일시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더욱 민망하고 송구스럽기가 이를 데 없다.

 물론 나의 불교와의 인연은 부모님으로부터 비롯되었고, 내놓고 불교신자임을 자처한 적은 없지만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밟으며 의정부 근처 M사에 오르던 유년시절의 잊지 못할 기억으로 해서 한 평생 불교와 인연을 맺어 왔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허나 간간히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린다고 해서 불교신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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