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길 · 중도(中道)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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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길 · 중도(中道)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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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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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덕칼럼

 7월 21일에 떠난다던 교수불자연합회(敎佛聯)의 중국 불적지(佛蹟地) 순례여행이 좀 늦었지만 30일에 정말 떠나게 된다하니, 그동안 그 정정(政情) 불안으로 반 이상 단념하고 있던 터라 뜻밖의 요행처럼 느껴진다. 나로서는 예사행운이 아니다. 지난번 인도성지순례여행을 아무 탈없이 다녀 온 것으로 내 건강실력은 증명이 된 셈이어서, 이번에는 아들들이 솔선해서 칠순기념으로 중국여행을 다녀오라고 여비까지 내주었다. 자식들이 그만큼 장성했다는 감회도 크거니와 이번 여행에 백두산(長白山)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감격스럽다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의 백두산을 중국의 동북지구(滿洲)쪽에서 밖에 밟아볼 수 없다는 현실적 비애는 잠간 접어두고 말이다.

 오늘을 사는 한국인의 최대의 소원은 오직 조국의 통일 그것이다. 8·15광복의 그날로부터 45번째 광복절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건만 우리 북녘 산하는 멀기만 하다. 세계 각지를 다 다닐 수 있어도, 심지어 출입금지구역이던 공산권 여러나라까지도 갈 수 있다는데 지척에 둔 북녘땅만은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는 금단의 구역이다. 육천만의 뜨거운 통일염원과 정반대로 얼음짱 같은 냉냉한 정치현실과 기막힌 ― 참 기막힌 현실이다. 그런데 민족의 성지, 백두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요행이 아니며 감격이 아니겠는가. 떠나기 전의 매일 매일이 마치 치성드리는 것과 같은 마음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침마다 예불시간에 올리는 통일기원에도 자연히 간절함이 더해진다.

 7월5일에는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남한 최고의 한라산 봉우리에서 멀리 백두산 장군봉을 향하여 통일을 기원하는 나 나름대로의 예를 드리고 싶어서였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기도뿐이다. 백두산 정상에 천지(天池)못 물이 있고, 한라산 꼭대기에 백록담(白鹿潭)이 있다는 사실과 부합하여 우리 국토에 대한 신비감을 더해준다. 우리의 온전한 국토를 화복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삶이 온전하지 못할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오늘 우리의 삶이 이즈러지고 불건강한 이유는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인위적인 선으로 국토을 분단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마전선이 남쪽바다에서 북상 중이라는 기상 예보가 연일 계속되는 중인데도, 한라산의 하늘은 푸른 맑은 날씨였다. 조카네 내외가 어린 딸까지 동반하여 일행 네 사람이 영실코스로 산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아침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시간이었다. 소영이는 2년8개월짜리라 물론 가파른 오르막길은 어른들이 업고 가야 하지만 우리 네 사람은 남녀노소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 한 팀이 된 셈이다. 윗새오름 편한 길에서는 소영이도 마냥 걸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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