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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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순간은
  • 관리자
  • 승인 2009.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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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메모

   평남 강서면에서 태어난 나는 여덟살때 충남 공주로 이사를 해 어린시절을 보내고 경성제국대학 의학부에 입학을 하여 졸업할 때까지 20대의 젊음을 순탄하게 보냈다. 그때만 하더라도 요즈음처럼 의과대학에서의 끊임없이 학문을 탐구하는 것과는 달리 놀러 다니는데 훨씬 많은 시간을 소비했던 것 같다. 1930년 그 당시는 마작과 당구가 대단히 유행을 했던 시기로 나 역시 마작에 푹 빠져 있어 공부보다는 마작하는 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6년이라는 학교 정규과정 동안 줄곧 마작에 정신이 팔려 있을 정도였다.

  그 때는 학교강의 시간도 매우 자유스러웠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강의하러 들어 오시는 모습을 보고도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마작하러 나가기도 했다. 낙제가 없었던 학칙이어서인지 학생 대부분은 공부보다 노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고 나 역시 그 무리 중에 하나였다.

  4남매 중 맏이었지만 집에서는 이상하리 만큼 그저 자유롭게 내버려 두었다. 덕분에 나는 자유스럽게 이것 저것을 할 수 있었다.

  정신분석학, 철학, 종교, 인생문제 등에도 흥미가 있어 책을 보기도 했지만 이 일은 마작보다는 뒷전에 있었다.

  시골집에서 마곡사가 가까원 자주 다니러 가기도 했던 어느 여름이었다. 방학이어서 나는 그곳 토굴에서 며칠 묵으며 마침 노스님께서 토굴에 계셔 스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스님 법문도 들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젊은 객스님께서 하루를 묵고 떠나는 아침이었다. 멀쩡했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더니 비가 올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비가 올 것 같으니 스님, 잠시 기다렸다 비가 그치면 가시지요"라고 걱정스레 말을 했더니 그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거나 개의치 않습니다. 비가 오면 피하기도 하고, 그러지 못하면 맞고 가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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