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의 향기] 전남 여천시 영축산 흥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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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의 향기] 전남 여천시 영축산 흥국사
  • 사기순
  • 승인 2009.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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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혼 살린 흥국의 정신, 호국의 역사 이 시대 민중의 염원 담고 우뚝 솟아라

흥국사 가는 길에 여천공업단지를 만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아니다. 남해화학, 호남정유, 럭키, 호남에틸렌, 한양화학…등이 형성한 우리나라 최대의 석유화학공업단지가 푸른 바다를 삼켜 버릴 것 같은 기세로 너무나도 거대하게 들어 서 있다.보이지 않는 그을음과 불꽃과 들리지 않는 소음이 날이면 날마다 더 끔찍하게 들려오는 걸프전쟁의 소식과 뒤범벅 되어 가슴을 짓누른다. 먹빛 캄캄한 어둠이 진하게 배어 든다. 바로 그 때 저인도 영축산의 눈부신 정기 그대로 이어받은 여천시 영축산 흥국사의 불향(佛香)이 나직히 새어 든다. 시공을 초월하여 중생을 살린 부처님의 대자비가 거기에 있지 않은가!

영축산이 주봉되어 여러 봉우리가 마치 연꽃처럼 감싸고 있는 흥국사는 이나라 산천의 고사(古寺)가 다 그렇듯 풍광이 수려하다.

흥국사는 초입에서부터 맑은 계류 위에 놓인 홍교(무지개다리)가 발길을 잡아 끈다. 돌미학의 극치를 보여주는 홍교의 아름다움에 빠져 흥국사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다면 여간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춘홍은 잠시 접어 두고 그 다리가 거기에 있는 의미나 알고 가자. 홍교는 세속과 불국토의 갈림길이다. 흥국사의 불이문(不二門)이다. 홍교에서 세속을 떠나 일주문에 들어선다. 솔바람에 실려온 서기(瑞氣)가 예사롭지 않더니 왼편으로 부도가 즐비하다. 개산조인 불일보조국사탑을 위시해서 중창주인 법수대사의 중흥당탑, 응운 · 응암 · 호봉 · 금계 · 능하 · 취해 · 경서 · 우룡 · 하월 스님 등의 부도 12기가 모셔져 있다. 부도 안에 서린 영원히 사는 빛이여! 정녕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또한 그 무언의 설법은 얼마나 위대한가.

한국불교 중흥조인 보조국사의 간절한 깨우침의 소리가 메아리 되어 은은히 감돈다. 승단이 가야할 방향과 신도들이 따라야 할 본분을 밝혀준다. "이 모임이 끝난 뒤 마땅히 명예와 이익을 버리고 은둔하면서 같이 대중생활로 항상 선정을 익히고 지혜를 고루 닦는데 힘쓰고 예불하고 경 읽는 것, 울력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각각 맡은것에 충실하여 근기에 따라 본래의 밝은 성품을 닦으며 평생을 활달하게 지내어 선각자의 높은 행을 따르면 어찌 통쾌하지 않으랴."보조국사의 『정혜결사문』

영축산이 피워낸 흥국사는 고려 제19대 명종 25년(1195) 보조국사께서 창건, 법수대사가 중창(1530년)하였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 계특대사(1624년), 통일대사(1690)에 의해 중건되어 오다가 최근 몇년간 명선 스님(현 흥국사 주지)에 의해 대웅전, 심검당, 적묵당, 봉황루, 사천왕문, 첨성각, 나한전, 원통전, 명부전 등이 복원되었고 종각과 범종(2100관)이 새로 조성되어 옛 가람의 면모를 다소 되찾게 되었다.

흥국사는 보조국사께서 개창한 이후로 호국의 성지로서 민족의 수난기에는 분연히 일어나 겨레혼을 살리고 민중의 영혼을 구원했다. 개산에 얽힌 전설이 흥국사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함에 그대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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