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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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가을
  • 관리자
  • 승인 2009.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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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샘/감사

서울 거리는 교통체증으로 신경질만 늘고, 매연에 찌들어 내 마음마저도 어느 순간 좀팽이처럼 좁아짐을 언뜻언뜻 느끼고 있을 때 어느덧 고향과 아버님은 저 먼 나라의 일로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었다. 그만큼 꽉짜여진 서울살이에 고향의 아버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온갖 핑계거리로 다 미루어 놓고 지내는 사이 아버님은 벌써 량한 벌판을 저렇게 황금 들판으로 일구어 놓은 것이었다.

몇 년 전인가? 시집간 여동생이 살아보겠다고 조그만 사업을 시작하다가 실패하여 빚더미에 올라있을 때 아버님은 그 마음 고생을 하는 여동생을 여간 안쓰러워하지 않으셨다, 그때는 온 집안이 걱정과 초조에 둘러싸여 집안 분위기는 바다 깊은 심면 속의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님은 이때 당신 평생동안 농사짓던 땅을 파시겠다고 제안하셨고, 급기야는 논을 팔아 여동생 빚을 갚았지만, 말로는 마음이나 편히 살자 하시면서도 허탈해 하시는 표정이 역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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