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믿음으로 올리는 감사의 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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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믿음으로 올리는 감사의 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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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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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스님이 들려주는 절집 이야기 10 / 괘불재

어느 산중이나 그렇지만 가을은 화려하다. 별빛은 날씨가 차가워질수록 밝아지고, 잡목이 많은 산일수록 그 빛깔이 곱다. 붉게 물들며 찬란하게 빛나는 가을산은 또 어떤가. 황홀경 그 자체이다. 유독 가을 산중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그 속에 깃든 사람들 또한 자연의 일부로 더없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혼자 두고 보기 아까운 계절이 바로 산중의 가을이다.

2002년은 내가 은사스님을 모시고 미황사에 짐을 부린 지 13년째가 되는 해였다. 절은 몇 달째 주인 없이 비어 있었고, 반듯한 전각이라곤 대웅보전과 응진당이 고작이었다.

절 주변의 무질서한 나무들을 골라 베어내니 양명한 햇살이 절 마당까지 안온하게 퍼졌다. 내친 김에 좁디좁은 절 마당을 넓히는 일에 손을 댔다. 미황사 불사는 필요에 따라 그렇게 천천히 진행되었다. 명부전, 삼성각 같은 전각과 승방, 공양간, 요사 같은 생활공간들이 들어서자 제법 사격을 갖춘 절로 탈바꿈하였다. 그렇게 미황사 불사가 일단락 되어가던 때가 월드컵 열기로 뜨겁던 2002년이었다.

가장 여법하게 불사를 마무리하기로 마음먹고 천일기도에 들어갔다. 기도 중인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궁벽한 땅끝 마을 절에서 해년마다 집을 한 채씩 짓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또 집을 지으면서 사고 한 번 없었다는 것은 얼마나 신묘한 일인가.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다 문득 1992년 여름의 일이 생각이 났다. 그 해는 30년 만에 큰 가뭄이 들었다며 마을 사람들이 미황사 괘불 모시고 기우제를 지내 달라며 찾아온 것이다.

함 속에 모셔진 괘불탱화는 30년 전에 기우제를 지내다 큰비에 젖어서 배접부분이 떨어져 나갔고, 손만 대면 찢어질 지경으로 형편없이 보관되고 있었다. 괘불탱화를 모시고 기우제를 지내야 비가 온다며 막무가내로 우기는 사람들 등살에 못 이겨 마당 한가운데 포장을 깔고 눕혀놓은 채 기우제를 지내야만 했다.

이곳 사람들은 괘불부처님에 대한 신앙심이 대단하다. 가뭄에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믿고, 펼쳐진 것을 한 번만 봐도 소원이 이루어지며, 세 번을 보면 극락세계에 간다는 등 그 믿음이 가히 절대적이다. 그런 믿음 때문이었을까. 기우제 뒤 어김없이 비가 나흘 동안이나 내려 가뭄이 말끔히 해소되었다.

미황사의 불사다운 첫 불사는 그림만 남은 괘불탱화를 배접하는 일이었다. 한 집 한 집 화주를 하여 높이 12미터, 폭 5미터나 되는 괘불부처님을 보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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