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사고 파는 도시,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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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사고 파는 도시,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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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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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산책 / 파리 박물관 스케치 2
▲ 오르세 미술관

파리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세느 강. 직접 가보면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놀라고 한편으로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내는지 의아하기도 하다. 하지만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이곳의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덧 이 작은 강에 흠뻑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파리의 역사와 문화를 체화한 세느 강은 결국 이 곳의 과거이자 현재다. 역사의 숨결이 담긴 옛 건물, 자유로운 거리 예술가들과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연인들, 이러한 기운을 느끼려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강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오랜 동안 시간의 흐름을 따르듯 고요하게 흐르는 이곳 세느 강 곁에는 인상주의 작품의 보고인 오르세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소장품 수나 건물 규모 면에서 루브르 박물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남부럽지 않은 구구절절한 사연과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작품들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프랑스 3대 박물관 중 하나라는 수식을 기꺼이 붙여줄 만하다.

세느 강이 품은 인상주의 미술관, 오르세

1986년 12월에 개관한 오르세 미술관의 시초는 오르세 궁이라 불렸던 최고재판소 건물이다. 화재로 건물이 전소한 뒤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계기로 파리국립미술학교 건축학 교수인 빅토르 라루에 의해 아르누보 양식의 오르세 역이 세워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철도 기술의 발전으로 전동기차가 만들어지면서 오르세 역은 1939년 다시 문을 닫는다. 그렇게 방치되던 역사는 40년 후 이탈리아 건축가 가에 아를렌티에 의해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 정확하게는 1848년에서 1914년 시기의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인상주의 시기의 작품이 많은 관계로 ‘인상주의 미술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미술 교과서에서 한번쯤 보았을 법한 친근한 그림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오밀조밀하게 분할된 갤러리 안에 전시된 작품들은 눈부신 햇빛과 자연을 다룬 그림만큼이나 화사하고 편안하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누구든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곳곳에 전시된 크고 작은 조각품과 밝은 색 바닥으로 떨어지는 햇살의 조화는 마치 인공정원을 들어온 듯한 착각을 주는데, 특히 기차역의 모습을 간직한 미술관 내부는 건물 자체만 감상하기에 충분할 만큼 재미가 있다.

미술관 개조 당시, 아를렌티는 강철과 유리를 주재료로 사용하여 기차역의 골조를 최대한 활용했으며, 하늘을 받치고 있는 돔유리 천장은 마치 스크린처럼 파리의 날씨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자주 흐려지고 비가 오는 파리의 변덕스러운 기상변화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오르세의 자랑은 유리 천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자연광 조명이기도 하지만 날씨에 따라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컴퓨터 시스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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