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와 선(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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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와 선(禪)
  • 관리자
  • 승인 2008.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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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시심

무더운 여름철이 되었다. 이번 여름에도 무더위가 심할 것이란 기상대의 예보이고 보면, 숨막힐 듯 푹푹 찌는 삼복 더위를 어떻게 보낼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더위야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요즘 사람들은 낫다. 선풍기니 에어콘이니 냉장고가 있어 이들 문명의 이기의 덕으로 어느 정도 더위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생활의 여유와 교통수단의 발달로 시원한 바닷가나 서늘한 산속으로 피서를 가서 한 여름의 더위를 잠시나마 피할 수도 있기에 말이다.

그러나 이런 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옛날의 피서법은 어떠했을까. 찬물로 등멱을 하거나 바람부는 정자나무 밑에 쉬는 것이 고작이었고 피서기구래야 부채가 유일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부채야 말로 옛부터 내려오는 가장 오랜 피서도구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인간이 만들어낸 최초의 피서기구가 부채가 아닌가 한다. 만들기도 쉽고, 무겁지도 않으며, 값도 싸고, 그저 흔들면 되는 것이 부채이기에 옛 사람들의 요긴한 피서도구였을 뿐아니라, 각종 피서도구가 발달한 오늘날에도 부채는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터이다.

우리 과거 문화에 있어 부채는 단순한 피서기구만이 아니었다. 무당의 무구(巫具)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부채로서 굿에 사용되는 신령스런 존재였으며, 광대가 판소리를 부르거나 재주를 부릴 때도 반드시 부채를 사용하였고 민속춤에도 부채춤은 매우 유명하다. 또 과거 전통 혼례식에서 신부의 얼굴을 가리는 기구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아궁이에 불을 땔 때 잘 타라고 부치는 것도 부채였으며, 여름밤 모기를 쫓는데도 부채는 없어서는 안될 실용적인 기구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전통문화에서 긴요한 것이 부채였기에 옛날 단오날이 되면 나라에서 부채를 만들어 재상이나 관리, 기타 하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하며, 영호남의 방백(方伯)이나 절도사는 그 지방의 특산부채를 궁중에 진상하고 또 귀한 선물로도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부채는 그 종류도 다양하다. 흰 깃털로 만든 ‘백우선(白羽扇)’, 장끼의 꼬리로 만든 ‘치미선(雉尾扇)’, 태극을 그린 ‘태극선(太極扇)’. 대쪼각으로 만든 ‘합죽선(合竹扇)’등 그 재료와 모양, 크기와 문양에 따라 여러 가지 부채가 있었다. 또 부채에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편지사연을 적어 보내기도 하는 등 옛 사람들은 부채를 통하여 멋스런 풍류를 즐기기도 하였던 것이다.

한편, 부채는 문학의 소재로도 즐겨 사용되었다. 다음 시조가 그 좋은 예다.

부채 보낸 뜻을 나도 잠깐 생각하니

가슴에 붙는 불을 끄라고 보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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