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에는 많은 지하도시가 산재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카이막클르’와 ‘데린쿠유’가 규모가 크다. 지하 도시로 들어서자, 서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깊이 55미터, 지하 20층의 규모이지만, 공개하고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이다. 화살표 표시가 있고 길목마다 전등불을 밝히고 있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다. 단단하지 않은 암석이었기에 사람들은 일일이 손으로 쪼아가며 동굴을 만들었고, 그 형태는 개미집의 형태와 흡사하여 미로로 연결되어 있다. 함께 예배를 보았던 홀과 빵을 구웠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와인을 만들기 위한 물통도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서 우리의 것과 흡사한 절구도 보았다. 적이 침략했을 때 두꺼운 원반형의 회전문으로 통로를 막았는데, 안에서는 열 수 있지만 밖에서는 절대로 열 수 없다고 한다.
어두컴컴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지하도시에서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종교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져 나간 그들의 신앙심은 정녕 고귀한 것임에 틀림없다. 지하도시에서 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리처드 도킨스는 ‘신들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을 뿐’이라고 하면서 신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인간의 능력에 의지하라고 하였다. 붓다는 이미 2,600년 전에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일깨워 주었고, 어디에도 종속되지 말라고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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