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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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다는 것
  • 관리자
  • 승인 2008.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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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간답다는 것

 인간은 자연 가운데에서 가장 연약한 하나의 갈대. 그러면서도 우주보다 여전히 고귀하다고 한다. 그는 자기가 죽는 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힘에서 인간이 우주보다 못하다는 걸 그 한계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계를 알지 못하는 이기적인 에코노믹 인간은 위대할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하겠다.

 언제 왔는지 귀밑의 서리. 거울 앞에서 놀라고, 뜨락 10月 화단에선 꽃이 진다. 꽃의성쇠, 달의 盈虛.. 인간에겐 분명한 老,死가 있다. 춘하추동의 리듬이 있어 자연이 아름다운 거와 마찬가지로 苦樂의 蔭影이 있기 때문에 인생이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병든 조개가 진주를 품듯이,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大悲를 알 수 없다. 참화를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聖女가 될 수 없듯이 모든 것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가슴에 滿月을 이룩할 수가 없다. 만월. 솔바람 소리가 지나가는 빈 터. 거기엔 아무 새라도 와서 놀 수가 있다.

 세상살이에 치이면서 나는 얇아진 전열체가 되어 버렸다. 퍼낼대로 퍼내고 닳을대로 닳아서 버티고 견딜 능력이 상실되어진 즉 체면조차 유지 못 하도록 이내 감전되어 버리는 일. 신문을 읽다가, 혹은 독서를 하다가 영화를 보다가 대수롭지 않은 일에 가슴이 메이어 혼자 쩔쩔 맬 때가 더러 있다. 해저녘의 공원 벤취에 홀로 있는 노인을 만나면 그럴리도 없는데 가슴이 뛰고 비로소 확인한 다음에야 남몰래 한숨을 푸는 버릇. 그나 그뿐이랴. 깡통에 담긴 복숭아, 비 오는 날의 습한 책냄새, 으스산한 가을 비, 햇배, 찐 감자, 그리고 오닐의 밤으로의 긴여로, 쎄코날, 이런 것들은 나를 여위게 하였고 또 나를 깊은 곳으로 이끌어 들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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