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리 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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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리 큰 웃음
  • 관리자
  • 승인 2008.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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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이야기

   세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이다. 왕후 제상들이며 온 나라의 사람들이 함께 법회에 나와 있었다.

   그 자리에는 먼 나라에서 온 바라문 일곱도 끼어 있었다. 설법이 끝날 즈음 이 바라문들은 세존 앞으로 나와 예불하고 합장하고 꿇어 앉아 말했다.

  『저희는 부처님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받고자 먼 길을 찾아 왔습니다. 세존께 귀명(歸命)한지 이미 오래이나 번거로운 세상살이들이 길을 막아 미루어 이제야 세존을 우러러 뵈옵니다. 소원이오니 제자 되게 하여 주시옵고 온갖 가난으로부터 헤어나게 거두어 주옵소서!』

   청을 받은 세존께서는 그들 모두에게 사문됨을 승낙하시고 우선 한 방에서 일곱이 같이 지내도록 했다.

   이로서 저들은 첫 번째 소원이 성취되어 기뻐하며 그간의 회포를 나누기 그지없었다. 마치 금세 극락행의 마차라도 타게 된 듯이 희득거리며 나날을 보냈다. 이제 부처님을 뵙고 모시게 되었으니 저들의 피안행(彼岸行)은 확인된 사실이나 된 듯이, 또는 이미 도피안(到彼岸)이라도 한 것처럼 일곱이 한 방에 좌초(坐礁)하여 세상 잡사를 거들먹거리며 껄껄대는 일로 침몰하여 가고 있었다.

   무상을 탈피하고자, 열반의 대자유를 얻고자 작은 즐거움을 버리고 극락을 성취하려는 출발과 정진의 의미를 망각한 일곱은 저들의 삶을 기약 없이 부처님께 미루어 버리고 작은 소리 빈 웃음으로 뜻을 흐려 삼계에 노닐 뿐 떠날 채비조차 아니하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저들이 나날이 갈수록 업보만 무거워져 감을 아시고는 가련하게 생각하시어 그 방을 찾아 드셨다. 그리고는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도를 위하고 세상을 위하고자 여기 오지 않았던가. 무엇이 그리도 작게 말하고 크게 웃을 일들뿐인가?』

   세존께서 이렇게 꾸짖자 그들은 송구하고 민망하여 말이 없다. 그 때에 말씀을 계속하신다.

  『흔히 사람들이 믿고 기대는 일에 다섯이 있다. 언제나 젊을 줄 아는 것, 스스로 단정하다고 믿는 것, 자신을 능력자로 알고 의지하는 것, 그리고 재물을 의지하고, 가문을 의지하는 등의 다섯 가지이다. 그대들의 작은 말과 큰 웃음은 도대체 이 가운데에서 어떤 것을 믿고 하는 짓 인가?』

   하고는 게송으로써 설법하여 주셨다.

   기뻐할 일 무엇이고 웃을 일은 또 무언가?

   생명의 불길은 꺼져 가는데

   그대들 암흑 속에 갇히어 있네

   어찌 하여 그 불길을 높이 들고

   길을 찾아 나서지 아니하는가?

   <법구경 제146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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