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위에 그려진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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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위에 그려진 부처님
  • 관리자
  • 승인 2007.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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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연 이야기

만삭의 어머님은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친견하며 내려오시던 밤, 그 새벽에 나를 낳으셨다. 그 인연 때문인가. 지난 2003년, 불화공부를 시작하여 처음 옮겨 낸 아미타보살님과 두 번째의 지장보살님이 팔공산자락 아래 공산갤러리에 함께 모셔졌다.

불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동양화과 학부 1학년생이었던 1991년, 단청장 만봉(萬奉) 스님의 봉원동 화실을 무작정 찾았다. 스님을 뵙고 허락을 얻어 너른 마룻바닥에 엎드려 불화의 기본인 시왕초를 뜨며 여름방학을 보낸 것이 불화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러다가 1993년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고려불화특별전’을 통해 고려불화를 친견하면서 느낀 가슴 벅찬 감동은 지금까지 나를 이 길로 이끌어 주게 되었다.

아름다운 불화를 그려낸 불모(佛母)가 누구였는지도 모르지만, 시공을 초월하여 불보살님을 그려내는 그의 손길과 숨결, 호흡이 느껴졌다. 불보살님의 모습을 그려내는 손길의 움직임을 따르듯이 섬세하고 유려한 선을 좇았으며, 화려한 채색에서는 코끝으로 향기라고도 할 수 없고 냄새라고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난 1998년 불현듯 불화공부를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을 찾던 중 용인대학교 이태승 교수님을 찾아뵙게 되었다. 교수님은 간송미술관 최완수 선생님의 제자로 우리의 불화가 가장 아름다웠던 고려시대의 화법으로 불화를 그리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공부의 끈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마음속에는 날이 저물도록 숙제를 남기고 있는 듯한 불안감과 무게감이 짓눌렀고, 어떤 위안도 치유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2003년 더 늦기 전에 공부해야 한다는 굳은 마음으로 이태승 교수님을 뵙고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그 동안 유치원생이었던 아들은 초등학생이 되었고, 공부 성과는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의 전시로 내어보여지게 되었다. 이것은 내 스스로의 ‘발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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