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무등(1,187m)을 넘은 일출은 온종일 빛고을 너른 들을 비추이고 황혼이 되어서는 서녘 하늘, 어등(338m) 너머로 사라진다. 두 산의 품에 의향(義鄕)이며, 예향(藝鄕)이며, 미향(味鄕)이라 불리는 5월의 도시, ‘영원한 청춘의 도시’ 광주가 깃들어있다. 이 땅은 아득한 옛날, 저 무등의 높은 봉우리로부터 어등의 깊은 골짜기에 이르기까지, 바위 하나, 물길 하나, 이 마을과 저 동네, 비산비야의 구릉에도 어느 한구석, 찬란한 불교문화가 꽃피지 않은 곳이 없었던, 일찍이 ‘서방정토’라 불리던 땅이었다.
이광이 | 호수 : 592 | 2024-01-25 13:54
현봉 스님1974년 송광사에서 구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송광사, 해인사, 통도사, 봉암사, 백련암, 수도암 등제방선원에서 32안거를 성만했다. 송광사 유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제11대, 제12대)을 역임했으며,2000년부터 2004년까지 송광사 주지 소임을 살았다. 이후 송광사 산내암자 광원암에 주석하며 채마밭을가꾸는 등 선농일치 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살았다. 지난해 11월 제7대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으로 추대됐다.조계총림 송광사의 제7대 방장 현봉 스님을 만나러 순천으로 향했다. 효봉 스님, 구산 스님 등 역대 큰스님들이 주석했다는 삼일암(三日庵)에 올라 현봉 스님과 마주 앉아 따뜻한 유자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그로부터 두 시간여, 편안한 분위기 속에 문답을 주고받았다
양민호 | 호수 : 543 | 2020-01-02 17:27
늙은 법당 앞에 핀 여름 꽃들이 아름답다. 연꽃, 배롱나무, 자귀나무, 능소화, 수국, 해바라기 등 등. 연꽃은 주위에 못이 있으면 온통 점령하듯이 피어 ‘연못(蓮池)’이다. 못이 없어도 절 마당 절구 통 안에 꼭 한자리는 차지하고 있다. 배롱나무의 마른 표피는 산사에 갇혀 있던 오랜 침묵, 혹은 노인의 등뼈 같다. 그것을 무욕으로 보아 절 마당에 많이 심는다. 흰 배롱나무꽃이 석탑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마음을 맑게 가라앉혀 준다. 수국 은 녹색을 띤 흰 꽃, 청색, 홍색, 자색 등으로 종류가 여럿이다. 청색은 깊은 바다색 같다. 꽃 색이 종자에 따라 다른 줄 알았더니, 산성은 청색, 알칼리성은 적색, 이런 식으로 토양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안국사(安國寺)에 들어서니, 법당 앞에 진파랑 수국,
이광이 | 호수 : 539 | 2019-08-23 09:48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因地而倒者 因地而起)’ 당연한 말이고 쉬운 뜻으로 보인다. 그런데 ‘술 마시면 취한다’거나 ‘겨울이 오면 춥다’거나 하는 유의 하나 마나 한 말 같지는 않고, 뭔가 깊은 뜻을 품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얼른 잡히지 않는다. 불교의 말이 대개 그렇듯이, 어려운가 하면 쉽고, 쉬운가 하면 어렵다. 화두처럼, 지눌 스님(知訥, 1158~1210)의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 첫 문장이 그렇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는 이 말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처럼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것이니, 무슨 문제가 있거든 그 속에서 답을 찾아라, 일차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말하자면 술을 많이 마셔 알코올중독이 되었거든, 다른 탓하지 말고 얼른 술을
이광이 | 호수 : 535 | 2019-04-25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