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악동(惡童)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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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동(惡童)시절
  • 관리자
  • 승인 2007.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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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노라면 언제나 법주사 미륵부처님이 눈앞에 우뚝 떠오른다. 그리고 팔상전, 수정암, 맑은 물, 잔잔한 개울, 다시 법당, 부처님… 나는 부처님도 스님들도 그저 친구로만 생각하고 그냥 즐거운 어린 시절을 속리산에서 보냈다. 우리 노스님이 주지 임기를 마치시고 대전으로 나오실 때 나는 울었다. 친구처럼 사귀던 스님들이 정이 들어서이다. 내 속에서는 울며 발버둥쳤지만 나는 노스님 따라 대전 심광사(心侊寺)로 옮겼다. 법주사에 있을 때만 해도 우리 스님은 공부로 항상 바쁘셨으므로 가까이서 모시고 배울 틈보다는 스님들 틈에서 장난치는 시간이 많았는데 심광사로 옮기고 부터는 사뭇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 노스님은 항상 나에게서 마음이 떠나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새벽예불 마치고 기도정근, 그 다음에는 경을 배웠다. 스님들은 다 그런 것이지만 먼저 배운 것이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그리고 사미율의(沙彌律儀)이다. 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가르쳐 주셨다. 어린 나는 많이도 졸았고 회초리도 정들 만치 맞았다. 무엇보다 매일 배운 것은 다음날 새벽에 스님 앞에서 외워 바치고 외워 쓰는 것인데 글자 한 자만 틀려도 한 자 한 획에 회초리가 한대씩이었다. 참으로 정신이 번쩍번쩍 났다. 정말 힘드는 공부였고 무서운 우리 노스님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잔일 하나하나 그냥 넘겨 지내는 일이 없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잘못한 일은 꼭 지적하셨고 귀에 못이 박이리만치 반복 말씀하였다. 때로는 밥만 축내는「밥 버러지」라고 꾸중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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