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즐기진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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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즐기진 못하더라도
  • 불광미디어
  • 승인 2024.05.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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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것은, 멈출 수 없는 시간의 흐름입니다.

‘편집자 일기’는 제가 편집자로서 한 권의 책을 담당하는 과정에 써야 하는 다양한 종류의 글 중 가장 덜 괴롭, 아니 덜 부담스러운 축에 속합니다…만, 이러저러한 주제로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정한 뒤에도 첫 문장을 쓰는 일은 참 힘드네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옷을 제대로 입고, 도입부가 그럴듯해야 계속 읽을 마음이 들지 않겠어요? 그래서인지 매번 첫 단락을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런 고민은 삶의 한 단계를 새롭게 시작하면서도 똑같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를 벗어나 성년기를 시작하게 되면서 대학에 갈지 가지 않을지, 간다면 어떤 대학에 갈지부터 시작해 첫 직장, 처음으로 꾸리는 나만의 가정, 첫 아이. 모든 단계의 시작을 앞두고 우린 수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불안해하곤 합니다.

그리고 노년기라는 또 다른 시작 앞에서 걱정과 혼란으로 헤매는 이들도 적지 않겠지요. 길게는 40년 가까이 헌신한 직장에서의 은퇴를 앞둔 사람들도 있겠고, 어느덧 훌쩍 커버린 자녀들의 독립으로 반평생 이어진 ‘양육자’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오래되어 익숙한 옷 같은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기가 마냥 후련하거나 쉽지만은 않겠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익숙하다는 것은 곧 편하고 좋은 것이 되는 세상이니까요. 그러니 더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도, 부모도 아닌 ‘나’로 살아갈 날들을 앞두고 막막하다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게다가 “나이듦은 열등한 것이고, 노화는 최대한 지연해야 하며, 나이 든 티는 어떻게든 가려야 한다는 아우성”이 가득한 사회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신간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듦의 기술』은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해 쓰여진 책입니다.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듦의 기술 | 코니 츠바이크 - 모바일교보문고

 

저자인 코니 츠바이크는 20대 때부터 불교, 힌두교 철학 공부와 함께 명상 등 다양한 영성 수련을 해왔습니다. 또 융 심리학의 ‘그림자(부정되고 미뤄지며 무의식에 형성된 개인의 욕망과 상처를 말합니다)’ 이론을 깊이 연구하며 ‘그림자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었지요. 그는 영성과 심리학 양 분야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심리치료사로 30년 가까이 활동했습니다. 그 시간은 다양한 직업을 거치고 은퇴까지의 여정을 겪은 저자 본인의 경험담과 더불어 삶에서 큰 변화를 겪으며 나타난 그림자로 혼란을 겪은 사람들과의 상담 치료 사례, 그리고 릭 핸슨, 토마스 키팅 신부, 켄 윌버 등 영성·심리 전문가들의 지혜가 담긴 인터뷰로 가득한 본문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저자는 나이듦을 마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거나, 즐기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각각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노년기는 천차만별일 수 있음을 인정하지요. 또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다고 해서 우리의 관심사가 세상과 외부를 떠나 오직 내면만을 향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책에 담긴 다양한 내면 작업과 영성 수련이 “인생의 여정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들에 맞서기 위한 휴식과 활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멈출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시간의 흐름을 마냥 거스르려 하기보단, 여유롭고 유연한 서퍼처럼 잘 타고 흐르는 기술을 익혀보자는 것이죠.

어떠신가요? 과연 ‘나이듦의 기술’이 어떤 것인지, 읽어볼 마음이 드시나요? 워낙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 그런지 저도 덩달아 말이 길어졌네요. 저자의 말과 함께, 부디 이 책이 새로운 시작 앞에 선 여러분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노년기는 힘들 수 있다. 우리가 평생 품은 이상과 높은 기대는 모든 종류의 한계 앞에서 무너진다. 늙어가는 뇌와 정신과 신체, 빈약한 경제적 안전망, 나이·인종·성별에 대한 차별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사랑마저도 제한적이다. 시간의 한계는 말할 것도 없다. … 우리에게 주어진 여정을 마치기 위해, 후손에게 우리의 재능을 물려주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인도의 손길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이 여러분을 붙들고 끌어당겨 줄 손이 되길 바란다.”

1) 이진송, 새해엔 나이 듦과 사이 좋게 지내요, 잘 늙어봅시다, 경향신문, 202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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